독립출판 무간
꽃다지 : 길바닥에 한껏 웅크린 채 겨울을 견뎠구나! 본문
(사진출처 : Daum 검색 '꽃다지' > 자연박물관)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퀭한 눈을 올려다 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눈 감아도 보이는 수많은 얼굴 작업장 언덜길에 핀
꽃다지...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덜길 꽃다지
노래패 <꽃다지>가 부른 '꽃다지' 가사다. 꽃다지 노래패가 나오기 전까지는 꽃다지라는 잡초가 있는 줄 몰랐다. 왜 그들은 노래패에 하필이면 꽃다지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아마 너무나 흔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 잡초를 민중의 삶에 비유한 것이리라.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듬해가 되어서야 나는 어떤 것이 꽃다지인지를 알게 되었다. 3월, 농사 준비를 하느라 밭을 수없이 오가면서도 밭 가장자리 양지에 조그마한 잎을 땅바닥에 바짝 붙인 채 피어난 꽃다지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봄 냉이가 나오는 여기저기에 꽃다지가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작아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꽃다지를 자세히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게 두서너살 어린아이의 살 같다. 세상 밖으로 나온 조그마한 어린아이가 엄마 젖무덤에 붙어 웅크려 평온하게 누워 있는 것처럼, 꽃방석 빙 돌아 난 잎과 찬바람을 견디기 위해 뽀송한 털을 세운 모습이 더없이 앙증스럽다. 꽃다지는 냉이와 함께 무리지어 빙 둘러 있다. 줄기가 나와서 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서 직접 나온 잎사귀들이다. 이런 식물을 로제트 식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땅에 붙어 겨울을 나면 바람을 피하기도 좋고, 햇볕도 고루 받을 수 있고, 땅의 열기도 받을 수 있고, 뿌리가 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남쪽에서는 2월에도 볼 수 있다.
어떤 이가 꽃다지를 나물로 무쳐서 오래 식용하면서 자신이 가진 병이 저절로 나아버리자 '무슨 병에 약이 되는구나'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꽃다지씨와 다닥냉이씨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꽃다지씨는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변비를 없애고 온몸이 부어오르는 증세를 가라앉힌다. 하지만 사실은 거의 모든 산야초가 각종 부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풍부한 섬유질이 뚱뚱하게 부어오른 삶을 빠지게 하는 것이다. 꽃다지씨는 기침과 가래를 가시게 하고 오줌도 잘 나오게 한다. 잡초는 대개 약하든 강하든 모두 이뇨작용을 한다.
이렇게 먹자!
어린순은 살짝 데쳐서 물에 헹구어 떫은 맛을 제거한 뒤 무침을 해 먹는다. 꽃다지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봄이 지나 웃자랐더라도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다. 참기름을 넉넉히 넣은 양념과 버무려 생채로 먹어도 되고 비빔밥에 섞어 먹어도 좋다. 김에 생잎을 늘어놓아 김밥을 만들 듯이 둘둘 말아서 그대로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생식을 하거나 녹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 이 때 들깨가루를 넣어 무쳐 먹으면 들깨의 풍미가 더해져 맛나다. 된장을 넣어 맑은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뿌리는 버리지 말고 소주에 담가 숙성시켜서 반 컵씩 마셔도 좋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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