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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이야기

작은장례... 웰다잉(Well-dying)의 완성!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3:30

 

얼마 전, 80대 노모를 떠나보낸 한우종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노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한씨는 정신없이 장례 준비를 해야 했다. 빈소를 정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직원 5명의 작은 사업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씨를 문상하는 조문객이 많았다. 대학병원에서 가장 저렴한 빈소를 예약하려 하니, 100㎡(약 30평) 빈소를 빌리는 데는 시간당 2만원이 들었다. 3일장을 치르는 데 빈소 대여비만 144만원 이상 들었다.

 

시신을 모실 관이나 수의(壽衣)를 정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었다. 가장 저렴한 오동나무관은 13만원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고급스러운 26만원짜리 관을 택했다. 수의 역시 혼방직물로 만든 가장 저렴한 15만원 짜리보다 40만원 짜리 국산 수의를 선택했다. 빈소 장식은 아예 기본이 30만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 장식이라는 건 영정사진 주위만 겨우 장식해둔 것이더군요. 결국 70만원 짜리 꽃 장식을 선택했습니다.” 조의를 표하러 오는 손님들이 밥을 먹든 안 먹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2만2000원씩 밥값이 들었다. “수육 몇 점에 육개장 한 그릇이 그렇게 비싼가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염습료에 입관 부속품을 사는 것, 시신을 화장장으로 운구할 차량 대절비까지 3일간 쓴 돈은 총 952만원이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200만원이다. 장례 비용은 이른바 허례허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곤 하지만 비용을 줄이자는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례 비용을 줄인 저렴한 장례식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저소득층과 갑작스러운 상(喪)으로 장례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사람들을 중심으로만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장례 비용을 줄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유교문화적 배경을 들 수 있다. 대개 부모가 죽고 나면 남은 자녀들은 ‘불효자’가 된다. 마지막 효(孝)를 다하는 방법은 지극히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예전처럼 묘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상을 치를 수 없다면 ‘마지막 길’이라도 소박하지 않게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례식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남은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장(場)이기도 하다. 안팎의 시선 때문에라도 남은 가족들이 장례 비용을 쉽사리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작은 웰다잉(Well-dying, 아름다운 마무리)운동에서다. 누구나 맞아야 할 죽음을 피하거나 없는 일처럼 대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잘 죽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게 요즘 추세다. 여기에는 자신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장례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웰다잉운동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평소 행동에 따라 장례식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수의를 입지 않거나 검소한 수의를 입는 것이다. 2014년 연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은 죽기 전 수의 대신 평소에 즐겨 입던 한복을 입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남편 오승룡은 유언을 따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78.8%가 화장장(火葬葬)을 선택할 만큼 화장문화가 자리 잡았다. 매장이 보편적일 때야 수의는 고인과 함께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었지만, 3일장을 치르면 곧바로 화장하는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단 3일만 고인을 감싸고 있을 옷에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이는 것이다. 대신 자신이 평소 아끼던 옷, 입고 싶었던 옷을 미리 준비해두고 그 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남편과 함께 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유언장 쓰기’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경남 김해의 정영희씨는 “장남이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을 수의 대신 입혀달라”고 유언장에 적었다. “마흔 가깝도록 결혼 못하던 아들이 결혼하던 날, 정말 행복했거든요. 비싸기만 하고 의미 없는 수의 대신 제 추억이 묻어 있는 옷을 입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 장식도 마찬가지다. 대개 유가족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보다 화려한 장식을 준비하지만,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지난 4월 5일 별세한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의 장례식은 화환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평소 검소한 것으로 알려진 고인의 뜻을 가족들이 따른 것이다.

 

나무 관(棺) 하나를 만드는 데도 나무 7~12그루가 든다. 대개 값비싼 관은 향나무, 소나무 등 귀한 목재로 만들어지는데 예전처럼 오래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3일 뒤에 태워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관이 탈 때 나오는 유독가스도 문제다. 아까운 목재 자원을 낭비하고, 오염물질까지 배출하는 지금의 장례 방식 말고, 비교적 자원이 적게 드는 종이관을 쓰는 등 친환경적인 장례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작은 장례의 실천 방법 중 하나다.

 

장례 기간도 조정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서울의료원이 지난해 연말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장례 중 2일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1.3%로 꾸준히 늘어났다. 대개 짝수로는 장례를 치르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지만 3일장은 유가족들의 모든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조모의 장례를 치른 회계사 이명희씨가 그랬다. “보통 조부모상은 3일 휴가를 받는데, 이틀은 장례를 치르는 데 쓰고 마지막 하루는 손자손녀들까지 모두 모여 할머니가 자주 가시던 냉면집에서 식사를 했어요. 저희가 괜히 하루 더 밤새우며 몸을 축내는 것보다 이런 방식을 더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작은 장례’를 치르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려면 죽음을 준비하는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변성식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전문위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수의를 검소하게 하고, 관을 종이관으로 하고,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장례를 치르자는 얘기를 하면, 거의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나, 꼭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차마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에게 저렴한 수의를 입힐 수는 없어요.’ 맞습니다. 작은 장례는 자식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장기기증을 하고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처럼 스스로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지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장례 방식에 대해 미리 의사를 표현해 둘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작은 장례 문화 확산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서대문구는 최근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장례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강연을 펼치며 ‘뜻 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받고 있다.

 

서약서에는 ‘나를 위한 여러 장례의식과 절차가 내가 바라는 형식대로 치러지기를 원해 나의 뜻을 알리고자 이 서약서를 작성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리고 각 장례 절차별로 원하는 방식을 표기할 수 있다. 수의의 경우 ‘평소에 즐겨 입던 옷으로 대신해 주기 바랍니다’나 ‘검소한 수의를 선택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매장 방식부터 장례 기간, 장례 방식에까지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바라는 방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본인과 가족들이 작은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장례식장, 상조회사 등 업체의 압박과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변성식 전문위원은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관련 업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결혼식처럼 장례식도 삶의 연장선에서 자신과 가족의 평소 생활 방식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식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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