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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이야기

고령화 사회 일본의 가족중심 작은장례 : 자기다운 추모 통해 죽음의 의미 더 깊이 실현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3:50

고령화 사회 일본의 가족중심 작은장례 : 자기다운 추모 통해 죽음의 의미 더 깊이 실현

 

 

비즈니스는 사회 구조와 소비자 의식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 전망은 밝을 수가 없다. 핵가족화의 급속 진입에 따른 국내 장례업계의 흐름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종래의 3일장이 이젠 2일장으로 변하고, 규모 역시 조문객의 감소로 간소한 가족장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웃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진행돼 왔고, 지금은 일반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일본 장례업계도 빈소와 제단장식의 규모 축소, 가족장, 사망 후 곧바로 화장장으로 직행하는 직장(直葬) 등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창가의 고양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일본 여성은 지난해 12월 부친상을 당한 뒤 치른 장례 경험을 최근 블로그에 기록했다. 생전 한 고승의 가르침에 깊이 매료됐던 아버지는 자신이 죽거든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유골을 바다에 뿌려 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아버지의 유언과 상주로서의 책임감 및 친척의 반대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작은 장례’를 전문으로 하는 장의사와 상의한 끝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최소 의식으로 상을 치렀다.

 

발인 예식을 하지 않는다.

신문에 부고를 내지 않는다.

부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는다.

가족장을 기본으로 하고 아주 가까운 친지들에게만 알린다.

조문 온 사람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예를 표하도록 한다.

 

규모와 절차, 비용을 대폭 줄인 이른바 작은 장례식이다. 일본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이런 작은 장례식이 유행이다. 장례식 참석자가 20~30명인 가족장, 며칠씩 빈소를 지키지 않고 하루 만에 끝내는 1일장, 빈소 없이 바로 화장을 하는 직장 등 규모와 절차를 간소화한 장례식이 수년 사이 큰 비율로 늘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서 비롯된 작은 장례식은 비용을 줄이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가족중심의 사적인 애도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전통 장례문화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추세로 볼 때 한국과는 무관한 딴 나라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가족끼리 소규모로 치르는 장례식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월간지 ‘불사(佛事)’를 출간하는 '가마쿠라신쇼'가 전국 장의업체 217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실시한 조사에서 장례 참석자 숫자가 31명 이상인 일반장이 전체의 42%, 30명 이하의 가족장 32%, 직장 16%, 1일장이 9%를 차지했다. 이 신문은 “15년 전부터 가족장이 확산됐다”며 그 배경으로 “고령화와 가치관의 변화”를 들었다. 일본에서 80세 이상 사망자는 1975년 전체 사망자의 25% 정도였지만 최근 60%까지 늘었다. 고인의 나이가 많아지면 자녀의 나이도 많아져, 90세 부모가 사망할 경우 자녀가 이미 정년퇴직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친족과 가까운 친구들만 썰렁한 빈소를 지키게 되면서 기존 장례식의 긴 절차와 막대한 비용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장의업자를 대상으로 한 2005년 조사에서 이미 조문객이 줄었다는 대답이 67%에 이르렀다.

 

가치관의 변화도 장례식 규모를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일본소비자협회 2014년 조사에서는 ‘가족끼리 단란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 ‘과도한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고, 전통적 장례 형태에 대해 ‘형식을 버리고 소박해질 필요가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다수를 차지했다.

 

2010년을 전후로 창업한 일본의 장례업체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해 파격적인 장례상품으로 장례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터넷 장례중개업체 '유니퀘스트온라인'은 2009년부터 ‘작은 장례식’ 시리즈를 20만엔(200만원)에서 50만엔(500만원) 사이의 정액제 상품으로 선보였다. 철야 없이 하루 만에 장례를 끝내는 ‘작은 하루장’, 바로 화장을 치르는 ‘작은 화장식’, 기존의 절차를 그대로 따르되 조문객 규모를 줄인 ‘작은 가족장’ 등으로,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면 제휴한 장의사에게 장례서비스를 위탁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건 추가요금이 일체 없다는 것. 고인을 위해 남부끄럽지 않게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각종 추가요금을 부담했던 유족들에게 유니퀘스트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든 것이다. 유니퀘스트의 성공 이후 후발주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더해 개인 맞춤 서비스로 승부수를 걸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한 고인을 위해 현악4중주단이 빈소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음악장, 죽기 전에 본인이 직접 주최하는 생전장, 유골을 화분에 담아 집에 모시는 화분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런 독특한 장례식들은 단순히 거품 줄이기 차원을 넘어 더 사적이고 깊은 이별을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달 아사히신문에 실린 ‘추억을 담은 단 하나의 관(棺)’ 보도가 그런 경우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87세 여성의 장례식에 사용된 관은 고인이 생전에 애지중지했던 신부의 전통 예복으로 덮였다. 관을 제조한 '윌라이프'에서 예복을 관에 꼭 맞게 재단해 감싼 것이다. 지난해 10월 남편을 떠나보낸 한 여성도 이 업체를 이용해 서른 명 남짓한 조문객들과 함께 관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꾸몄다. 빈소에서 정신없이 음식과 술을 나르는 이틀보다 ‘고마웠다’ ‘곧 다시 만나자’고 쓰는 잠깐의 시간 동안 더 충분히 애도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장례 전문가 '히몬 야바시메'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사적인 이별에 무게를 두는 가족장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짜인 매뉴얼보다 ‘고인다운’ 장례식을 치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며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다 함께 관을 손으로 만지는 등의 행위를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공유하고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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