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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 얼마나 그리웠으면 꽃이 되었을까? (월견초) 본문

풀꽃세상야

달맞이꽃 : 얼마나 그리웠으면 꽃이 되었을까? (월견초)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1:36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내가 좋아하는 꽃은 달맞이꽃이야"

"달맞이꽃이요?"

"밤에 피고 낮에 지는 꽃이지. 그러니까 야화야"

이렇게 말하니 야화가 꽃 이름인 줄 안다. 달맞이꽃은 그리움과 기다림, 애절함의 상징으로 시구와 노래가사에 자주 인용된다. 길을 가다 눈 가장자리마저 가득 차게 노랗게 피어오른 꽃들, 달맞이꽃은 7월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밭이나 가장자리 둑에 납작 엎드려 잎을 내다가 5월 말이면 30센티미터를 훌쩍 넘어버린다.

달맞이꽃 옆에는 주로 하얀 개망초꽃기 어우러져 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나무 대처럼 굵고 단단해진 달맞이꽃 줄기와 개망초꽃 줄기를 낫으로 벤다. 노랗고 하얀 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두고 감상할 여유가 없다. 한여름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이유는 고개만 돌려도 풀이 자라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길가에 피어난 노란 달맞이꽃과 하얀 개망초꽃을 즐긴다. 꽃을 따서 꽃차도 만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사가 여유로울 때뿐이다. 정신없는 농번기에는 긴 줄기 쓰윽 베어서 늦은 콩 심은 두둑이나 잠시 쉬고 있는 땅에 두껍게 눕혀 놓는다. 그러면 장마기간을 지나면서 거름이 되고,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시킨다. 달맞이꽃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하여 '해방초'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월견초' 또는 '야래향'이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이라고 부른다.

달맞이꽃은 어린 시절부터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 전체를 인간에게 내어준다. 한여름 길가 지천으로 피어난 흔한 들꽃이지만 2년생 달맞이꽃은 꽃부터 뿌리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다. 달맞이꽃은 본래 북미 인디언들이 약초로 활용했던 꽃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의 전초를 물에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하는데 썼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감기로 인한 인후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기면 뿌리를 잘 말려 끓여 먹기도 했다. 피부염이 생겼을 때는 7~8월의 달맞이꽃잎을 생으로 찧어 피부에 바르면 좋다. 여성들의 생리불순과 생리통 경감에 도움이 되며, 지방조직을 자극하여 연소시킴으로써 중년 이후 비만자들에게도 좋다.

10월에 달맞이꽃씨를 내어보면 겨자보다 몇 배나 작은 알갱이들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모아서 달맞이꽃 기름을 낸다. 아토피성 질환을 완화해 주고 피를 맑게 하며 관절염을 예방한다.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저해하고 당뇨병에 좋다는 감마 리놀레산이 많다고 하여 달맞이꽃씨 기름이 조금씩 인기 상승 중이다.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는 인체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방산인 리롤산과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같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연계에서는 모유와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만 들어 있다.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 달맞이꽃씨앗 기름은 혈액을 막게 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특히 비만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 비만은 영양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소비를 적게 하기 때문에 잉여 영양분이 중성지방질의 형태로 몸 속에 축적되는 증상이다. 사람의 뒷머리와 등골의 움푹 팬 부분에 브라운파트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브라운파트는 체중과 체온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브라운파트가 제 기능을 잃게 되면 체충을 조절할 수가 없게 되어 살이 찐다. 감마리놀렌산은 브라운파트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주고, 신진대사활동이 이루어지게 하여 잉여 영양분이 빨리 소비되게 도와주며, 피하지방의 축적을 막고 소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또 여드름이나 습진, 무좀 같은 피부질환에 효험이 있고, 몸의 면역력을 길러주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에 뭐가 좋고 뭐에 좋고...'하는 얘기들을 종종 듣는다. 씨에는 모든 영양분이 응축되어 있다. 씨가 밭을 만나서 씨 속에 있는 모든 형질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씨를 먹는다는 건 곧 유전자원을 먹는 것과 같다. 씨를 먹어서 씨를 말려죽일 염려만 없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달맞이꽃이 인간에게 특별한 효능이 있다 하여 달맞이꽃씨를 말려버린다면 자연은 이에 대응하여 독을 품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개체를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달맞이꽃은 지나가는 꽃으로 남아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먹자!

봄에 나오는 모든 새순들은 음식 재료가 된다. 겨울을 이기고 나왔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냉이나 달맞이꽃, 꽃다지들이다. 겨우내 땅 속에서 뿌리로 남아 있다가 잎을 내는 것들을 봄나물로 캐어 밥상에 올리는 것이다. 7월이 되면 피어오른 달맞이꽃을 먹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는 밤에 활짝 피어 있던 꽃의 잔영을 볼 수 있다. 물기에 젖은 풀향을 맡으며 달맞이꽃을 솝고하게 따서 여러가지를 만들어 먹는다.

먼저 꽃잎차를 만든다. 꽃잎을 소쿠리에 담아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 유리병에 넣어두었다가 차로 만들어서 마신다. 이른 아침에 딴 꽃을 접시에 담아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아침밥상이 갑자기 화사하고 싱그러워진다. 남은 것이 있으면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에 살짝 튀겨 아이들 간식으로 주어도 좋다.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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