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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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심장을 뛰게 하는 명아주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1:18

(사진출처 : Daum 검색 이미지)

 

5월이면 명아주가 들판에 나오기 시작한다. 6월이 되면 비름과 명아주가 지천에 깔려 찬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신바람이 나지만 농장식구들은 풀맬 걱정부터 앞선다. 명아주는 6월경부터 꽃이 핀다. 여름내 작은 꽃송이가 피고지면서 7만개가 넘는 씨앗을 맺는다. 명아주가 있던 밭이 아예 명아주 밭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명아주는 가을 즈음이면 잎이 붉게 물든다. 명아주는 그 줄기까지 유용하다. 명아주 줄기는한해살이풀로 16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그래서 명아주 줄기는지팡이로 사용되곤 한다. 심장마비와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어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면서 '청려장'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명아주를 '홍심리'라고 하는데, 가을 명아주잎이 붉은 심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사람들은 명아주 줄기로 침대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9월 중순 즈음이면 가을 배추 밭에서도 명아주 싹이 오른다. 추분이 오기 전에 밤낮 온도 차이가 급격해지면서 명아주도 쇠비름도 다시 야들한 새순으로 밭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명아주는 심장이 튼튼해지는 대표적인 명약이다. 반찬 외에 효소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음지에서 말렸다가 차로 달여 먹기도 한다. 명아주 생즙은 일사병에 걸렸을 때 마시고, 독충에 물렸을 때 상처에 바른다. 명아주 잎에는 하얀 가루가 많이 붙어 있다. 손으로 만지면 달갑지 않은 감촉이지만 그 가루에는 단백질원인 질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흰가루가 피부병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날 것이나 생즙으로 많이 먹으면 곤란하다.

나는 비름이나 명아주 등 잡초를 조리할 때 양념을 되도록 절제한다. 잡초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요즘 식당에 가면 대부분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범벅을 해 놓는다. 거의 모든 밑반찬이 벌겋고 모든 반찬의 양념이 같다. 파, 마늘, 후추, 설탕, 고추장, 또는 된장 또는 양조간장을 넣고, 마지막으로 화학조미료로 마무리를 해 놓으니, 원재료의 맛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물이든 김치든 짠 맛, 매운 맛이 전부다. 고추장 이용도 부쩍 늘었다. 고추장은 맛이 강해서 다른 모든 맛을 덮어버린다. 마치 한국음식을 고추가 장악해버린 듯핟. 하지만 전통적인 한국음식에는 매운맛이 거의 없었다. 임진왜란 당시에 전쟁 무기로서 들어온 고추가 언젠가부터 우리 밥상을 점유했다. 이는 단순히 밥상 점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성격까지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자!

봄의 명아주는 연한 잎과 줄기를 뜯어서 쌈으로 먹거나 나물로 해서 먹는다. 명아주는 시금치 맛과 비슷하다. 명아주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장을 소독하므로 식이요법을 하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막걸리를 마실 때 생으로 뜯어 흰가루를 털고 먹으면 안주로도 좋다.

먹고 싶을 때 먹으려면 명아주를 뜯어다가 살짝 데쳐서 냉동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보관한 명아주는 국거리에 이용할 수 있다. 된장을 넣어 국을 끓여 먹거나 입맛이 없을 때 초장에 버무려 먹으면 어린 고춧잎을 먹는 맛과 같다. 깨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으면 더욱 감미롭다. 여름에 잎이 좀 드세어지면 끓는 물에 데쳐서 무쳐 먹는다. 삶아서 무쳐 먹을 때는 마늘을 약간 넣어 풍미를 돋운다. 가을에는 끓여서 먹는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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