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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소리쟁이 : 이보다 더 부드러울 수는 없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1:23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도심 보도블록 사이, 백과 도로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들. 3월 쇠뜨기부터 4월의 소리쟁이, 5월 명아주, 6월의 쇠비름, 7월의 닭의장풀, 개여뀌, 방동사니, 개비름, 피, 며느리밑씻개 등 '잡초'들은 연두농장 밭에도 어김없이 넘쳐난다. 봄부터 슬쩍 고개를 내민 이들은 한여름이 되면 번식력이 더욱 왕성해진다. 이런 잡초들은 약용으로 쓰임과 동시에 예로부터 민초들의 반찬 식재로도 사용되었다. 자급했던 실절에는 잡초가 식재가 되고 약초가 되었지만, '돈'이 없으면 굶어죽는 세상이 되면서부터 산과 들에 늘려진 풀들은 '잡스런 풀'로 격하되었다. 몸보신을 즐기는 사람들은 잡스러운 풀들이 모두 한약재가 되는 줄도 모르고 돈을 들여 한약을 사 먹는다. '잡초'를 굳이 '돈' 주고 사 먹는 격이다.

밭에 잡초가 무성해지기 시작하면서 연두농장 식구들은 잡초를 뽑아 퇴비장에 넣어버리지만 나는 뽑은 잡초로 요리를 하거나 막걸리 안주를 만든다. 연두농장 식구들에게 잡초요리를 내밀면 맛도 보지 않고 괴성부터 지르기 일쑤다. 그런데 잡초요리가 TV방송을 타는 등 인기를 끌면서 그들도 덩달아 으쓱해졌다.

5월의 어느 날. 자투리 땅에 길죽이 나온 소리쟁이를 칼로 베어냈다. 손으로 뜯으면 진액 때문에 잘 뜯기지 않으니까. 나는 된장과 소리쟁이만 넣은 국을 끓여 농장 식구들에게 내놓았다. 식구 한 사람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한 숟가락 국을 떠 먹어보더니 이내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먹는다. "맛있는데요? 굉장히 부드러워요"라고 놀라면서. 내가 그게 바로 소리쟁이 국이라고 했더니 모두들 "잡초국이다"고 소리 지른다. 긴가민가하여 먼저 맛본 이의 표정을 살피던 사람들이 하나 둘 달려들어 숟가락질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를 연발한다.

어느 날 소리쟁이 뿌리를 캐어 흙을 털어 입에 베어 물고 나머지는 한 사람에게 맛보라고 건네주었다. 그는 "흙도 먹어? 대장한테야 모든 뿌리가 인삼이지"라면서 냄새만 맡는다. 소리쟁이는 뿌리가 깊은 잡초다. 그래서 뿌리를 캐어낼 때 중간에서 뚝 잘라지곤 한다. 소리쟁이 뿌리는 약재로 이용된다. 뿌리를 날 것으로 갈아 식초에 개어 피부에 바르면 좋지 않은 균들을 씻어준다. 이른바 항균효과다. 이런 것을 이용하여 농장에서는 농자재로도 이용한다. 소리쟁이 뿌리를 캐어 잘게 잘라 말린 다음 소주나 현미식초에 담가 놓으면 다음 해에 흰가루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 심한 변비나 치질에도 소리쟁이를 쓴다. 잎으로 국을 끓여 수시로 먹으면 된다. 잇몸 염증에는 잎을 다려 입가심을 하거나 양치질을 해도 효과가 있다. 굳이 이런 약효가 아니더라도 '맛'이 좋은 만큼 몸에 독이 될리가 없다.

봄날의 소리쟁이는 보도블록과 담 사이에도 많다. 소리쟁이는 아무데서나 쑥쑥 큰다. 그걸 보고 진딧물과 봄 벌레들이 제일 먼저 달려든다. 도심거리에 나온 소리쟁이는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하지만 산과 들에 있는 소리쟁이는 선명한 연두빛 혹은 초록빛이다. 오늘도 나는 부쩍 커버려 잎이 세어진 소리쟁이를 한 바구니 뜯어왔다. 산과 들에 심지어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는 잡초들. 바야흐로 지천에 나는 풀이 나에게는 반찬이 되고 보약이 된다. 요즘은 그래서 풀을 '돈'처럼 다루며 즐겁게 살아간다.

 

 이렇게 먹자!

소리쟁이를 칼로 베어낸 후 된장국을 끓인다. 소리쟁이 국은 근대, 시금치, 시래기국보다 더 맛있다. 소리쟁이의 미끈한 진액이 국을 끓이면 더없이 부드러운 건더기를 만든다. 소리쟁이는 국 하나만으로도 맛을 100퍼센트 전달한다. 소리쟁이는 항균제로 이용되는 만큼 국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뿌리도 좋다. 캐어보면 6년생 인삼 뿌리보다 크고 냄새도 인삼과 흡사하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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