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지하지 말자! 본문
나는 이제까지 다양한 곳에서 나나오 사카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캐나다에서, 미국에서, 멕시코에서, 호주에서, 아이누(일본의 홋가이도 및 사할린, 쿠릴 열도 등지에 살고 있는 동아시아 종족의 하나)마을에서, 가고시마의 야쿠시마에서, 오키나와에서, 오사카에서. 또한 반원자력 발전, 반핵/반전/평화 그리고 환경보전을 위한 행진이나 현장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모습이 항상 목격되었다고 한다. 일본을 종단하고 미국 대륙을 횡단했다고 하고, 나가라 강, 태즈메이니아, 이사하야 등지에서 그를 보았다 한다. 정말이지 그가 실존 인물인지 의심스러워질 지경이다.
그의 시는 일본에서보다 북미와 유럽에서 더 널리 읽히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도 그의 시집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출판된 그가 영역한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5.7.5의 17음으로 된 일본의 짧은 시. 계절을 나타내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임) 모음집 또한 호평을 얻고 있다. 영어 제목 <Inch by Inch>는 '달팽이여, 느릿느릿 오르거라, 후지산까지'의 '느릿느릿'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나오 자신도 <수학이여, 걸어라>라는 시를 썼다.
하루에 3킬로 40년 걸어서
사람은 지구를 일주한다...
하루에 30킬로 36년 걸어서
사람은 달에 도착한다.
그는 일본 히피 문화의 원조라고도 일컬어진다. 미국 동시대 시인들과의 교류도 깊었는데, 앨런 긴즈버그는 나나오에 대해서 이런 시를 남겼다.
수많은 시냇물에 씻긴 머리
4개 대륙을 걸어온 정갈한 다리...
나나오의 두 손은 믿음직하다.
별빛처럼 빛나는 날카로운 펜과 도끼
- 앨런 긴즈버그, <나나오> 중에서
또 친구인 게리 스나이더는 이렇게 말한다.
나나오의 시는 발로 쓴 것이다. 앉음으로써 태어나고 걸음으로써 탄생한 시들이며, 지성과 교향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을 위해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궤적으로서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나나오의 시를 운동화 속에 넣고 몇 마일이라도 걸어보련다!
- 게리 스나이더, <코코페리> 중에서
나나오는 친구들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세가지에 대해 자주 말했다. 별, 암석 그리고 새. 가능한 한 그는 가볍게 다니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애장품은 쌍안경 세 대는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 속에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쌓은 무수한 추억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절친했던 아이누의 조각가 스나자와 비키와의 추억, 이사하야 만에서 수문 개방을 염원하는 지역민들과 함께 맞이한 새해 아침, 멕시코의 산속 동굴에서 지냈던 일들, 멕시코 사막에서의 체험, 캐나다의 대서양 쪽에서 바라본 주변을 어둡게 물들일 정도로 하늘 가득했던 새들의 모습.
그의 건강 비결은 소식이다. 대변은 언제나 말끔하게 끊어져 화장실 휴지가 필요 없을 정도다. 80세인 지금도 매일 산길을 10킬로미터 이상 걷고, 겨울에는 눈이 많은 곳으로 가서 설피를 신고 걷는다. 예전에는 스키고 많이 탔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스키를 타면 스쳐 지나가는 식물들을 잘 볼 수 없으며, 동물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야생의 소리 있어>라는 시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들에게 전하는 야생의 소리들을 나나오가 대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시에는 '경쾌하고도 믿음직스러운 경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위한 다음의 열 개 항목이 열거되어 있다. 이는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 개 조항이기도 하다.
1.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을 구하자
2. 공장 제품이 아닌 손으로 만든 것을 쓰자
3. 슈퍼마켓이 아닌 개인 상점 또는 생협과 손잡자
4. 허영과 낭비의 상징인 과대 광고를 거부하자
5. 최대의 낭비인 군국주의에 연관되지 말자
6. 생활의 모든 면에서 더욱 연구하고 창조하자
7. 새로운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시도하자
8. 땀과 생각을 서로 즐겁게 나누자
9.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존하지 말자
10. 야생을 향한 첫걸음 - 잘 웃고, 자주 노래하고, 잘 놀자
지금쯤 나나오는 어느 곳을 걷고 있을까?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 라이프")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로라이프, 느리고 단순한 삶은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다! (0) | 2016.08.12 |
---|---|
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0) | 2016.08.12 |
근면...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근면인지...! (0) | 2016.08.12 |
잡스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0) | 2016.08.12 |
편리함 대 즐거움... 편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0) | 201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