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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이 점점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2. 08:16

같은 결승점을 바라보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는 것, 그것이 바로 경쟁이다. 어느 사이엔가 현대인들은 이러한 경쟁이야말로 사회의 기본 원리이며, 그것 없이는 건전한 사회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믿게 되었다. 경쟁이 없으면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우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이 없고 정체되고 만다. 그리고 결국 타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사회가 처음부터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장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결승점이 어떻게 다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경쟁을 무조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경쟁 원리가 사회의 기본 원리라는 믿음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가령 그러한 사회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경쟁 원리를 기본으로 삼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남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람은 경쟁에서 패배하고 낙오하고 차별당하고 배제되고 말 것이다. '우생사상'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더 나은 생명', '더 우월한 생명'만이 선택되고 '열등한 생명', '능력이 떨어지는 생명'은 배제된다.

 

공동의 목표와 목적이 가장 확실한 것처럼 여기지는 때는 그 사회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이다. 그런 상황에서 빈둥대고 있다가는 '비국민'이라든가 '반역자'로 여기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일본사회는 그 정도로까지 공동의 목표나 목적이 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후 일본을 지탱해 온 '생산성'에 대한 신앙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러 분야에서 일본 사회의 '개혁'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후 일본인을 떠밀어 왔던 목표 자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개혁 역시도 소비확대, 경기회복을 위한 '대합장'일 뿐이다. 세계화라는 더욱 거센 경쟁 속에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매스 이코노미mass economy는 영원히 성장하고 계속 승리해 나가야만 한다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산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사람들끼리의 유대는 쓸데없고 무익하고 성가신 일로 여겨져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자. 삶의 보람이란 가족 간의 단란함이나 공동체와 함께 누리는 즐거움 혹은 친구나 연인과 보내는 느긋한 - 생산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무익하게만 보이는 - 시간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어쨌든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이 이제는 경쟁에 떠밀려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는 듯하다.

 

현대 일본 청소년과 어른 대부분이 경쟁에 지쳐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안고 있는 이 문제는 경쟁이 이제 더 이상 삶의 보람이 아닐 때라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경쟁밖에 없다'고 하는 생각에서 놓여나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사회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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