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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출 총액일 뿐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2. 07:41

우리는 지금도 경제성장을 떠받드는 지표로서 GDP(국내 총생산)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GDP의 증가가 반드시 풍요와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제까지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경제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DP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화폐의 흐름이나 지출 총액뿐이다. 인간과 사회와 자연환경에 그 지출의 내용이 유익한가, 해로운가 하는 점은 전혀 알 수 없다. 개악과 개선도 구별되지 않는다. 그 곳에는 마이너스 부호란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의 대가에는 범죄, 응급실 치료, 형무소 유지, 쓰레기 처리, 환경정화를 위한 비용은 물론 결핵이나 석유 유출 사고, 암 치료, 이혼,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피난처, 고속도로 곳곳에 버려지는 쓰레기, 홈리스 등과 관련된 비용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 폴 호켄 외, <자연 자본주의> 중에서

 

GDP는 사회 제반의 불균형과 모순, 환경파괴 등을 은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들과 경제적 이익을 맞바꾸어 버린다. 그 가운데서도 전쟁은 최대 규모의 소비이며,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처럼 GDP와 또 그것을 지표로 해서 측정되는 경제성장은 파괴와 폭력을 잉태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제악의 근원이 이러한 종류의 경제성장에 있음을 인정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현재와 같은 국민경제 계산법으로는 국가의 광물 자원이 고갈되고 산림이 소멸되며, 토양이 유실되고 수질이 오염된다. 또한 야생 생물과 물고기가 멸종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이 소멸되더라도 소득 통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하니 소득은 결국 겉보기의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국가의 부는 잃게 되는 것이다. - 폴 호켄 외, <자연 자본주의> 중에서

 

아니, 경제학자에게 물을 필요도 없다. 지금 전 세계 곳곳에는 무수한 '미나마타(일본의 미나마타병이 처음 발생한 도시)'와 '체르노빌'이 생기고 있다. 곤충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땅, 새집 증후군을 앓고 있는 병든 집, 첨가제 투성이의 위험한 음식물, 온갖 알레르기에 걸린 약한 몸.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이 경제성장에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GDP가 올라갔다고 해서 우리들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집에는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시간의 질 역시 낮아지고 있다. '지금'을 희생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목표로 계속 달려 온 우리들은 어느 틈엔가 그 미래마저도 저당잡혀 버리고 어리둥절해 있다. 이제 우리는 서서히 깨닫는다.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실은 비경제성장이었음을.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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