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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위험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타이타닉 호의 운명을 생각해 보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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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위험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타이타닉 호의 운명을 생각해 보자!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0:11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들은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더글러스 러미스는 21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경제 지상주의 아래서 소비 동향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타이타닉 호의 승무원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빙산을 향해 돌진해 가는 배 안에 있고, 결국 빙산에 부딪힐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도무지 파악하지 못한다. "빙산에 부딪힌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그 소리야?"라고 비웃음을 날리며, 엔진을 멈추라고 하는 사람을 오히려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도 있다. 어째서 엔진을 멈출 수 없느냐고 물으면, "타이타닉이라는 배는 앞으로 나아가도록 되어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모든 사람의 일거리가 없어질 뿐 아니라, 어찌해야 좋을 지도 알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타이타닉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쨌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이 '타이타닉 현실주의'가 사실 전 세계에서 정치, 경제의 키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진화주의'는 하나의 종교적 광신이라고 해도 좋다. 이 때문에 매년 2만 5천여 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걸리는 생태 진화의 시간은 적어도 500만 년에 이른다고 한다. 이토록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의 '느림'이 바로 진화의 본질이다. 우리들은 문명의 짧은 역사를 가리켜 '진화'라는 이 의미심장한 말을 너무 가볍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러한 의미에서 '진보'는 실로 위험한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다. 하지만 20세기의 과학기술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허술한 예측 능력밖에는 지니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전통사회의 생활 기술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라는 아주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유장하고도 진중하게 연마되어 온 것이다. 농사이 채종, 선별, 품종 개량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한 느림은 바로 문화의 본질에 뿌리내린 '느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그 곳으로 되돌아가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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