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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이익이나 쾌적함을 위해 생존 기반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1:35

9.11 동시 다발 테러와 그에 따른 연쇄 폭력들로 인해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세계는 살벌한 공기로 뒤덮여 있었다. 9.11 테러를 바로 눈앞에서 겪은, 당시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 후, 인류의 발상지라 일컬어지는 동아프리카를 방문해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의 모습에 관해 다시금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그 곳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코끼리였다. 그리고 코끼리의 생태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는 '엘리펀티즘'에 다다르게 되었다.

 

코끼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로 알려진 조이스 풀은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코끼리는 놀라울 정도의 팀 플레이어다. 코끼리는 일종의 모계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어미 코끼리의 강력한 리더십이 독재적이라고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오랜 교섭과 논의를 통한 합의 형성 과정을 거치는 것이 코끼리 사회의 특징이다. 젊은 코끼리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며, 의견이 서로 나뉘게 되면 타협을 하고, 상당히 복잡한 과정의 의사소통을 하면서 어미 코끼리가 중심이 되어 사안을 결정한다. 코끼리에게도 공격적인 성향은 있지만, 영장류와는 달리 시간과 장소를 가리고, 제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 야생 코끼리를 연구, 조사하고 있는 니카무라 치아키는 코끼리의 '커다란 물웅덩이 만들기'라는 행동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건조지대에 있는 물웅덩이는 생태계 균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러한 물웅덩이의 대부분을 만드는 것이 바로 코끼리다. 코끼리는 우기에서 건기로 옮겨가는 이동기에 저절로 생긴 작은 물웅덩이를 긴 엄니(식육류 짐승의 송곳니)와 앞발을 이용해 흙을 파거나 발로 차거나 해서 더욱 커다란 물웅덩이로 만들어 나간다. 이 웅덩이는 코끼리 자신에게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로 인해 그 주변에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물웅덩이 주변에는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동물들이 그것들을 먹는다.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고 2, 3년이 지나면 그 곳은 점차 나지화해 간다. 그렇게 되면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점차 그 곳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물웅덩이를 찾는다. 그러면서 물웅덩이는 3년 정도 걸쳐 점차로 축소되고 그 곳에는 이전에 있던 식물이 무성해지게 된다. 코끼리는 물웅덩이를 만들며 이러한 순환 사이클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 생태학은 온대 우림의 곰, 열대 우림의 나무늘보도 코끼리처럼 자신들이 살아가야하는 생태계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밝혀 냈다. 하지만 우리 현대인들의 삶을 보자. 눈 앞의 이익이나 쾌적함을 위해 자신의 생존 기반인 생태계를 파괴해 가고 있다. 정말이지 우리가 동물들에게서 배워야할 것은 너무 많다.

 

엘리펀티즘이란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길러져 온 코끼리의 지혜를 빌리면서 생태계라는 생명 커뮤니티의 한 구성원으로 후세에 온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여기에 어울리는 느긋하고 온화한 삶의 방식을 다시 배워 나가자고 하는 호소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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