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슬로푸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본문
1986년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은 5개 대륙으로 널리 퍼져 45개국 6만 명의 멤버를 거느리게 된 슬로 푸드 운동.
우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슬로 푸드라는 말이 지닌 절묘함이다. 물론 영여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이것은 영어에 매우 서툰 사람들이 만든 이탈리아제 영어다. 이 말은 영어권에서 생긴 패스트푸드라는 말을 비튼 것이며, 여기에는 한껏 비아냥이 담겨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급하게 먹어 치우는 햄버거 따위에게 맛있는 향토 요리와 즐거운 식습관을 잠식당한다면 어디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냐는 의지, 그리고 아이들과 손자들을 패스트푸드에게 내맡겨야 하는 분함과 한심스러움, 유럽을 뒤덮은 세계화의 물결에 대한 불복종의 의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 먹는 일에 대한 열정 - 편하게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이 슬로 푸드라는 외국어에는 이런 다양한 생각들이 가득 담겨 있다.
먼저 슬로 푸드 협회가 내놓은 슬로 푸드 선언을 살펴보도록 하자.
산업 문명의 이름 아래 전개된 우리의 세기에 처음으로 기계의 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 기계는 생활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었고, 우리 습관을 망가뜨리며 가정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로 하여금 패스트푸드를 먹도록 하는 빠른 생활의 음흉한 바이러스에 굴복해 가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맞게, 우리는 종이 소멸되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이 광란의 속도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어리석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 빠른 생활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에 대한 추구를 자제하는 것입니다. 감성의 기쁨과 느림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야말로, 효율성에 대한 흥분으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무리로부터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방어는 슬로 푸드 식탁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향토 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고, 품위를 낮추는 패스트푸드를 추방해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일하고도 진정한, 용기 있는 해답은 슬로 푸드입니다. 진정한 문화는 미각을 낮추기보다는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경험, 지식, 국제적인 교환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슬로 푸드는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합니다.
슬로 푸드의 상징은 작은 달팽이며, 이 운동이 국제 운동으로 나아가는 데 함께 할 능력 있는 많은 지지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 <한국 슬로 푸드> 공식 사이트 http://www.slowfoodkorea.com "슬로 푸드 선언" 에서 발췌
슬로 푸드 지지자들은 음식을 즐기는 쾌락주의자들이다. 두려움 없이 미각의 열락에 잠기는 일, 그러한 기쁨이 없는 곳에서 패스트푸드를 비판하는 일은 허무하다. 그것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금욕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금욕주의만으로 맛있는 음식을 지켜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선언에도 있다시피 방어는 식탁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야말로 맛있는 음식을 지키고 또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하자고 하는 마음이 자라나게 된다. 오랜 세월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통해 길러진 전통적인 식재료, 요리와 음료를 지켜내는 일 또한 슬로 푸드 운동의 중요한 과제다. 그것이 매몰되어 있는 경우에는 파내고, 녹슬어 있는 경우에는 광택을 내자. 그렇다고 이 운동에 단순한 보수주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 음식 문화에도 호기심을 갖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자신들의 음식을 보다 좋게 향상시키려는 마음도 흘러넘치고 있다.
슬로 푸드 운동은 질 좋은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소중히 여기며, 공정한 상거래와 유통 조직을 지지한다. 그리고 아이들, 젊은이들, 일반 소비자들이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알도록 하는 데도 열심이다.
일본에 슬로 푸드 운동을 소개한 시마무라 나쓰진은 그의 저서 <슬로 푸드적 인생!>의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소 거창하게 말한다면 슬로 푸드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작업이다. 자신과 친구, 자신과 가족, 자신과 사회, 자신과 자연, 자신과 지구 전체의 관계를 말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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