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슬로 비즈니스 : 바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잘 팔린다! 본문

창업 이야기

슬로 비즈니스 : 바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잘 팔린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13:11

영어에서 사업(business)이 '느리다'라고 하면 그것은 '경기가 나쁘다, 순조롭지 못하다,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비즈니스라는 말 자체가 busy-ness이니, '바쁨'은 생태적인 속성인지도 모른다.

 

한정된 시간 안에 '얼마나 큰 이익을 남겼느냐'가 비즈니스의 주요 관심사다. 비즈니스란 시간과의 싸움이며, 본질적으로 가속의 성질을 지녔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에 봉사하는 과학 기술 또한 '더 빠르게'라는 구호가 늘 함께 따라 다닌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윤리적, 사회적 관심이나 환경에 대한 배려는 부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비즈니스의 장애물로까지 여겨진다. 사회에서 환영받는 비즈니스맨이란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비즈니스'라고 잘라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저변 또한 느리지만 차근차근 넓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의사 칼 헨릭 로버트가 만든 '내추럴 스텝'이라는 환경 교육 프로그램이 많은 기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미국에서는 폴 호켄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내추럴 스텝'의 미국 판을 구상해 일련의 친환경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호켄의 명저 <비즈니스 생태학>을 읽고 감명을 받은 카펫 업계의 큰손인 인터페이스 사의 레이 앤더슨 사장은 회사 전체를 친환경 비즈니스로 전환하여 근년 들어 현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착실하게 기업의 신장세를 보여 온 이 회사는 이제 친환경 비즈니스의 세계적인 모델이 되었다.

 

일본에서도 느리고 친환경적인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껏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의 녹색화 노력이라는 것은 대부분 비즈니스에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좋은 일'에 쓰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 많은 기업가들은 오히려 사회와 환경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02년 여름, 나는 호켄이 사는 캘리포니아의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젊었을 때부터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해 온 그에게 '비즈니스를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도 길이 좋아서 걸어가는 것은 아니지요?" 호켄은 비즈니스를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유효한 것으로, 때로는 필수불가결한 순기능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