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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닭...? 품위 있는 닭...?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1:26

매년 5억 7천만 마리의 수탉, 암탉, 암평아리, 식용수탉을 판매하는 프랑스는 가금 생산을 놓고 세계에서 단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이 많든 적든 프랑스인은 매년 1인당 23킬로그램의 닭을 먹는다. 그들이 먹는 닭은 싸구려부터 고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최상급품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덩커크에서 페르피냥까지 초토화시킨 광우병 공포 덕분에 이미 명성 높았던 프랑스 가금시장은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고, 1만 2천 명의 사육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옥신 소동의 후유증으로 (우리는 이것을 벨기에에 한정된 문제라고 확신한다), 프랑스의 소비량은 다소 줄어든 형편이다. 몇몇 업자들에 의해 프랑스의 양계업이 농장화되고 유기농 체계를 갖추어 '공인' 닭을 파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현상은 좋은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비자들도 '안전'하게 사육되고 더 좋은 사료를 먹고 더 잘 자란 닭에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하여 한다. 그러나 이러한 풍토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이런 추세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특정 지역이나 마을에서 나온 토종닭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기농법'이나 '방목형' 닭은 엄격한 사육기준을 따라야 하며 품질이 좋은 것은 보통보다 가격이 두세 배 이상 나간다. 특히 엄격한 족보 관리로 이미 30년 전에 공인된 '브레스 치킨'의 경우엔 더욱 비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보에 밝은 소비자들이 찾는 닭은 바로 이런 종류다. 어떤 미식가는 말한다. "나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닭을 산다. 그리고 초대한 손님들에게 닭의 산지가 어디이며, 누가 길렀으며, 무엇을 먹여 길렀는지 등을 알려준다. 물론 맛이 특별해야 한다."

 

이 미식가의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 소비되는 닭 중에 유기농법과 방목으로 길러지는 놈은 겨우 3퍼센트뿐이며, 그 중에서 'AOC 브레스'는 월등히 품질이 좋은 축에 속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비록 우리가 이른바 '상표 있는' 닭을 추가한다 해도 '쓸만한' 닭의 비육은 아직도 전체 시장 규모의 2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상표 있는' 닭은 출처가 분명한 지역에서 비교적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준에 의해 방목으로 길러지며 이를 보장해 주는 표시가 있다. 생세베르, 잔제, 샬랑, 루에 등이 대표적 예다. 프랑스 농림부로부터 품질을 보증받아 공인된 '빨간 상표'와 그밖의 지역상표 (날짜가 표시된 것 중에 약 100여 종)를 포장에 부착한 제품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이 가운데에는 아예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것도 있다. 현재 프랑스의 소비 유통망을 볼 때 이와 같은 철저한 관리는 매우 현명한 조치다. 왜냐하면 프랑스 제품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대규모 소매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슈퍼마켓에 강력한 로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업자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값이 터무니없이 싸기 때문에 도대체 사료나 제대로 먹이는지, 공간이나 확보하고 있는지, 닭이 살 만큼 살기나 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대규모 소매 연쇄점들이 앞장서서 출처에 신경 쓰기 시작하고 있다. 포장에 사육사의 사진이나 제품의 혈통을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켓에서 치킨 소시지나 크로켓, 케밥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제품에는 사용된 닭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표시가 전혀 없다. 민감한 소비자들은 "한심한 불량품으로 소비 습관을 바꾸려는 불순한 속임수"라고 불평한다. 언론인 장피에르 코프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꾸준히 비판하고 양계업자들의 지도자 조제 보베도 '조악한 사료'를 먹이는 작태를 노골저긍로 비난한다.

 

기본적으로 볼 때 이것은 현재의 상황이다. 시장에서 가장 싼값으로 유통되는 보통 'A급' 닭은 4분의 1제곱미터의 공간에서 26마리의 닭과 함께 40일 동안 사육되며 2킬로그램이 조금 넘는다. 대형 양계장에선 이런 닭을 매년 80만 마리 생산하고 있다. 사료업자는 영양학적으로 완벽하게 균형 잡힌 제품을 공급한다. 대형 업자 가운데도 '공인된' 제품만을 생산하고 '베리타스' 같은 독립된 조직의 관리를 받는 경우가 있다. '뒤크'가 그런 상표인데, 이들이 기르는 닭은 잘게 썬 건초를 깐 온도가 조절된 양계장에서 57일간 키워진다. 불과 20년 전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대단한 진보라 할 수 있다. 사료로는 대개 밀을 먹이며 콩과 옥수수로 인과 칼슘을 보충한다. 항생제와 유전자조작 사료는 아직도 효능과 부작용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보다 등급이 놓은 '붉은 상표'로 관심을 돌리면 수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닭은 대규모 집단으로 길러지는 놈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육된다. '붉은 상표' 닭은 적어도 81일간 사육되며 110일간 사육되는 것들도 있다. 따라서 비만 체중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놈들은 낮에 1헥타르의 풀밭 (한 마리당 2제곱미터)에서 곤충이나 벌레를 잡아먹고, 밤에는 작은 환기장치가 있는 양계장에서 1제곰미터당 겨우 열 마리꼴로 잔다. 거의 '클럽메드' 수준이다. 어떤 사육사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육기간과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외식업(케이터링)의 대형화로 인해 옛날 사육방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어떤 업자는 재래종인 '젤린'을 다시 기르려 하는데, 매년 최대 2천 마리를 사육할 목표로 총 5헥타르의 면적을 250그룹으로 나누어, 가능한 한 안락한 사육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농장형'이나 '방목형' 닭은 파리나 리옹의 매장에서 1킬로그램당 50프랑에 팔리고 있다. 아예 숲에 풀어놓은 놈들은 더 비싼 값에 팔인다. 고대엔 '목에 털 없는' 닭이 이런 식으로 랑드 숲을 떼 지어 제멋대로 돌아다녔고, 1965년에 최초의 '붉은 상표'를 획득하는 영광을 누린다. 생세베르는 정육점에 널리 보급되는 공인된 닭이며, 맛과 값이 '보통' 닭과는 아주 다르다. 종류도 1킬로그램당 10~15프랑짜리와 30~40프랑짜리 등 다양하다. 농장형이든 방목형이든 이런 종류들은 특별한 행사에나 사용되는 사치품으로 대접 받는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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