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홍주종... 임제종... 선종계보 본문
불교는 전통적으로 경(經)·율(律)·론(論)의 삼장(三藏)에 의거하여 가르침을 전승해왔지만, 중국의 선종은 경전적 가르침에 의거하지 않고 불교의 핵심인 마음을 곧장 가리켜 성불하는 가르침을 표방하였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곧장 가리킨다는 뜻의 직지인심(直指人心)이다. 그러므로 직지인심은 선종을 여타의 불교 종파와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직지인심은 견성성불(見性成佛), 돈오(頓悟) 등의 용어와 연관되어 사용된다. 경전의 매개 없이 곧장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므로, 수행자는 자신의 마음의 본성을 보고 단박에 성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지(直指)의 대상이 되는 인심(人心)의 정체에 대해 당(唐)의 선사였던 종밀(宗密: 780-841)은 두 가지 종파의 주장을 제시하였다. 종밀에 따르면 직지인심의 가르침이야말로 달마 이래의 선종의 정통성을 지닌다. 여기에는 하택신회(荷澤神會: 684-758)의 하택종(荷澤宗)과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의 홍주종(洪州宗)의 두 종파가 속해 있다.
먼저 하택종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적진심(空寂眞心)이 바로 마음의 정체라고 설명하였다. 이 마음은 현상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데 중점이 있다. 반면 홍주종에서는 인간이 일상에서 말하고 움직이고 화내는 것 등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마음은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는 구체적인 것이라는 점에 중점이 있다.
중국 선종은 후대로 갈수록 마조 계통의 선사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로 인해 직지의 대상이 되는 마음의 정체에 대해서도 마조 계통의 선에서 주장한 즉심즉불(卽心卽佛)이 강조되었다. 즉심즉불은 인간의 마음 그대로가 바로 부처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직지의 대상이 되는 마음은 일상을 벗어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의 작용 가운데 환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 관점 아래 선종은 일상성(日常性)과 구체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당의 선사들이 일상적 대화를 통해 제자들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는 모습 속에서 잘 찾아질 수 있다. 이들 스승과 제자의 대화는 송나라 이후 수행의 도구인 화두(話頭)로 정착되었고, 이 화두를 참구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간화선(看話禪)이 선종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홍주종洪州宗
6조 혜능의 걸출한 제자중의 한 사람인 마조도일(馬祖道一)이 개창한 불교종파.
홍주종의 종명은 마조가 홍주(洪州) 개원사(開元寺)에서 오래 주석했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다. 홍주종의 사상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마조도일의 말에 함축된다. 도(道)는 추상적이고 요원한 세계가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고 비근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홍주종의 실용적 사상은 현실긍정으로 이어졌다. 실제적인 중국인의 기질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홍주종은 마조(馬祖)의 뒤를 이어 백장(百丈), 황벽(黃檗), 임제(臨濟)로 이어지는 중국 선종의 발원지가 된다.
마조 도일馬祖道一
중국 당나라의 선승(709~788). 남종선(南宗禪) 발전에 공이 크며,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라고 주창하여 생활 속의 선(禪)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저서에 ≪어록(語錄)≫ 1권이 있다.
속성(俗姓)은 마씨, 이름은 도일(道一)·'마조도일'이라고도 한다. 한주(漢州) 습방(什邡:지금의 쓰촨 성[四川省] 선팡 현[什邡縣])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처적(處寂) 밑에 출가해 선(禪)을 배웠고, 후에 유주(渝州: 지금의 충칭 시[重慶市]) 원율사(圓律師)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그후 각지의 성지를 순례하다가, 후난[湖南] 지방의 난웨[南岳]에 이르러 그곳에 머물며 좌선에 전력을 기울였다. 어느날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 수 없는데, 어찌 좌선을 하여 성불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양(懷讓)의 말을 듣고서 깨달음을 얻어, 개심하여 회양을 따라 선을 배웠다. 후에 장시[江西] 지방 각지를 다니며 선의 가르침을 널리 전했다. 766~779년에는 홍주(洪州) 종릉(鍾陵:지금의 장시 난창[南昌] 부근) 개원사(開元寺)에 머물며 가르침을 폈는데, 각지에서 배우려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그 영향이 실로 대단했고, 마침내 홍주종(洪州宗)을 창립했다.
그의 사상은 '보통의 평범한 마음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말로 대변된다. 그는 새삼스럽게 닦을 필요가 없는 것이 도라고 하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어딘가로 향하고자 하는 것을 더러운 짓이라 하여 경계했다. 마조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고의 틀 속으로 도피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의 말대로 '우는 아이를 달래어 울음을 그치게 하는 돈'(止啼錢)과 같은,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살아 숨쉬는 진리를 주장한 것이다. 요컨대 그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속에 담겨 있는 보편적 진리 파악을 강조했다. 그가 죽은 뒤 당 헌종(憲宗)은 '대적선사'(大寂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제자는 백장회해(百丈懷海) 등 139명이 있었다고 전한다.
임제종臨濟宗
임제는 마조도일이 대성한 남종선의 전통을 더욱 철저히 하여 '무위의 진인(眞人)'이라는 절대 주체를 세우는 도(道)를 확립했다. 즉 '무위의 진인'이라는 이상적 상태야말로 선(禪)의 경지라고 하여, 간명하고도 직각적으로 분별하는 말로써 그것을 설했다.
아울러 스승인 황벽희운(黃檗希運:?~850)의 선풍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선禪 사상과 준엄한 선풍을 확립함으로써 임제종을 형성했다. 이후 송나라(960~1279) 때는 두 파로 갈리면서 크게 번영하여 중국불교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즉 석상초원(石霜楚圓)의 제자로 황룡혜남(黃龍慧南:1002~69)과 양기방회(楊岐方會:992~1049)가 배출되어 이들로부터 각각 황룡파와 양기파가 성립했다.
임제종의 사상적 특질은 온갖 속박을 벗어난 자유로운 '무위의 진인' 또는 '무의(無依)의 도인'을 추구하는 인간관에 있다. 눈앞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인간을 문제 삼아 인간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추구했다. 자유로운 절대 주체의 생활방식을 행동을 통해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적나라한 삶을 긍정하면서 진정한 견해를 얻는 자유인을 추구한다.
이리하여 마조로부터 비롯되는 홍주종(洪州宗)은 임제에 이르러 생기가 넘치며 활동하는 선, 즉 대기대용(大機大用)의 선으로 총괄되어 임제종의 전통을 형성한다.
송대 이후 임제종은 수행자의 견성을 위한 수단으로 선사의 언행록인 공안을 사용하는 공안선 또는 간화선을 고취했다. 이 간화선은 공안을 통해 본래 지닌 불성을 자각하여 지혜에 의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이지만, 좌선을 경시하여 선 본래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비난을 받았다.
임제 의현(臨濟義玄, ?~867)
산동성 조주(曹州) 출신으로, 어려서 출가하여 각지를 편력하다가 황벽 희운(黃檗希運)의 법을 이었고, 하북성 진주(鎭州) 임제원(臨濟院)에서 선풍을 크게 일으켰다. 송대(宋代)에 이르러 임제종은 양기파와 황룡파로 갈라졌는데, 현재 한국의 간화선은 대부분 양기파 계통이다. 임제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는 주체적 자유의 실현을 강조했고, 미혹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구체적인 수행을 ‘밖에서 구하지 마라’로 요약했다.
임제가 말했다. “불법에는 인위적인 꾸밈이 없다. 오직 애써 꾸며대지 않는 평상시의 생활일 뿐이다. 변소에 가고, 옷 입고, 밥 먹고, 피곤하면 눕는다. 어리석은 자는 웃겠지만 지혜로운 자는 알 것이다. 이르는 곳마다 주체적이면 머무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隨處作主 立處皆眞).” <臨濟錄>
3계(界)는 불난 집과 같아서 평안하지 못하므로 집착할 게 못된다. 무상한 죽음의 손길은 순간순간에 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거두어간다.
그대들이 부처나 조사와 다르지 않고자 하거든 오직 밖에서 구하지 마라. 한 생각 위에 빛나는 청정한 광명이 그대 자신 속의 법신불이고, 한 생각 위의 분별없는 광명이 그대 자신 속의 보신불이고, 한 생각 위의 차별 없는 광명이 그대 자신 속의 화신불이다. 이 세 가지 불신(佛身)은 지금 법문을 듣고 있는 그대 자신이니, 다만 밖에서 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효용이 있는 것이다. <臨濟錄>
오늘날 그대들이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병은 어디에 있는가? 병은 스스로를 믿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믿지 않으면, 헐떡거리며 바깥 대상에 집착해서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그대들이 순간순간 밖에서 찾는 마음을 다스린다면, 부처나 조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臨濟錄>
육신 속에 어떤 것에도 걸림 없는 자유인(無位眞人)이 있어 항상 너희들의 눈·귀·코·입을 드나든다. 아직 보지 못한 자는 똑똑히 보아라. <臨濟錄>
(다음에서 백과사전을 주로 활용했는데,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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