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노자산책 : 도덕경 제36장. 물고기가 연못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나라를 날카롭게 하는 기물을 백성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본문
노자산책 : 도덕경 제36장. 물고기가 연못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나라를 날카롭게 하는 기물을 백성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독립출판 무간 2017. 7. 17. 20:29제 36 장
장욕흡지將欲歙之, 필고장지必固長之。
장욕약지將欲弱之, 필고강지必固强之。
장욕폐지將欲廢之, 필고흥지必固興之。
장욕탈지張欲奪之, 필고여지必固與之。
시위미명是謂微明。
유약승견강柔弱勝剛强。
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국지이기國之利器, 불가이시인不可以示人。
장차 그것을 구부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펴주어야 한다.
장차 그것을 약화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강화시켜야 한다.
장차 그것을 폐廢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흥興하게 해야 한다.
장차 그것을 빼앗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내주어야 한다.
이것을 일컬어 ‘미명微明’이라 한다.
부드럽고 연한 것은 딱딱하고 단단한 것을 이긴다.
물고기가 연못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나라를 날카롭게 하는 기물을 백성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장욕흡지將欲歙之, 필고장지必固長之
장차 그것을 구부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펴주어야 하는 것은 만물 또는 세계가 존재양태와 존재양식에 있어서 제2장의 “있음有과 없음無, 어려움難과 쉬움易, 김長과 짧음短, 높음高과 낮음下, 내지른 소리音와 들리는 소리聲, 앞前과 뒤後”, 제22장의 “곡曲”과 “전全”, “왕枉”과 “직直”, “와窪”와 “영盈”, “폐幣”와 “신新”, “소少”와 “득得”, “다多”와 “혹惑”, 제28장의 “웅雄”과 “자雌”, “백白”과 “흑黑”, “영榮”과 “욕辱”, 제29장의 “혹행혹수或行或隨”, “혹허혹취或歔或吹”, “혹강혹리或强或羸”, “혹배혹휴或培或隳”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 동일하다.
유약승견강柔弱勝剛强
여기서,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드럽고 연한 것이 딱딱하고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사실이 아니라, “하얀 것을 알고 검은 것을 지키듯이”(知其白, 守其黑 : 제28장) 딱딱하고 단단한 것을 이기는 부드럽고 연한 것을 “온전하게 유지하고”(專氣致柔 : 제10장) 잘 “따르는 것”(執大象, 天下往 : 제35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유약柔弱은 존재양태와 존재양식에 있어서 “있음有과 없음無”(제2장), “곡曲”과 “전全”(제22장), “웅雄”과 “자雌”(제28장), “혹행혹수或行或隨”(제29장)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소유하는 만물 또는 세계가 스스로 혹은 저절로 그러하게 서로 관계하며 부단히 변화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반면, 강강剛强은 개인적으로 지향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욕구나 가치, 목표나 이상 등이 반영된 기준에 따라서 분별을 하거나 일부러 일삼는 모습을 비유한다.
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노자에게 있어서 고기가 연못을 벗어나는 일은 하나의 문제상황(大患 : 제13장)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뛰어난 것賢이나 얻기 어려운 재화難得之貨”(제3장), “오색五色·오음五音·오미五味·말달리며 사냥하는 것”(馳騁畋儠 : 제12장)과 같은 “일부러 일삼을 대상可欲”을 “높이 받들거나尙 귀하게 여김으로써貴”, “백성들의 마음이 어지러워졌기使民心不亂” 때문이다(제3장).
따라서 노자는 “나라를 날카롭게 하는 기물을 백성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國之利器不可以示人”고 말한 것인데, 나라를 날카롭게 한다는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다툼을 벌이게 하거나爭 도둑질을 일삼게 하고爲盜”(제3장), 백성들의 “눈을 멀게 하거나 귀를 멀게 하거나 입맛을 망가뜨리거나 행동을 어지럽게 함으로써”(令人目盲, 令人耳聾, 令人口爽, 令人心發狂, 令人行妨 : 제12장)”, “단절과 대립, 갈등과 투쟁이 중심이 되는 세상(常有欲, 以觀其徼 : 제1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날카롭게 하는 기물에는 제2장의 “뛰어난 것賢”, “얻기 어려운 재화難得之貨”, 제9장의 “금金”과 “옥玉”, “부유해지는 것富”과 “고귀해지는 것貴”, 제12장의 “오색五色”, “오음五音”, “오미五味”, “말 달리며 사냥하는 것馳騁畋獵”, 제13장의 “총애寵”, 제18장의 “자애로움慈”, “효성孝”, “충신忠臣”, 제19장의 “성인이 되는 것聖”,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智”, “어진 것仁”과 “의로운 것義”, “만들기 어려운 것巧”, “이롭게 하는 것利”, 제20장의 “학學”, 제24장의 “돋보이려고 발뒤꿈치를 드는 것企”, “앞서 가려고 큰 걸음으로 걷는 것跨”, “따지거나 가리는 것自見”, “잘난 체하는 것自是”, “뽐내는 것自伐”, “우쭐거리는 것自矜”, 제27장의 “철적轍迹”, “하적瑕謫”, “주책籌策”, “관건關鍵”, “승약繩約” 등이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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