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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음식재료, 단순한 조리법, 단순한 밥상 : 소비와 질병으로 찌들은 우리세대를 구제하는 첩경이 아닐까? 본문

먹는 이야기

'단순한' 음식재료, 단순한 조리법, 단순한 밥상 : 소비와 질병으로 찌들은 우리세대를 구제하는 첩경이 아닐까?

독립출판 무간 2016. 7. 29. 11:18

 

사람들은 음식을 참 많이 먹는다. 사람을 만날 때도 거의 대부분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만난다.

 

"점심이나 같이 할까?"

"저녁 먹고 술이나 한 잔 할까?"

 

어려운 관계도 함꼐 밥을 먹고 나면 유연해진다. 저녁식사에는 보통 술이 따른다. 외식문화의 발달로 우리는 요즘 과다하게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 길가에는 음식점이 즐비하고, 냉장고에도 음식이 가득하다. 술도 차고 넘친다. 이제는 못 먹어서 죽기커녕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다. 돈과 건강도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 쓰레기도 골치 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소비는 우리의 일상에 켜켜이 쌓여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우선 소비적인 식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음식의 소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한 번쯤 단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음식을 끊어보면 음식의 이면에 감추어진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음식이 너무나 커서 나와 너의 문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3일 정도 단식 후에 지하철에 들어서면 사람들 냄새를 맡게 된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그 음식에 어떤 양념들이 들어갔는지 알게 된다. 한국 사람에게서는 마늘냄새가 나고,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들에게서는 노린내가 난다. 사람냄새가 곧 음식문화에서 기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식의 좋은 점이 또 있다. 곡물과 채소 등 각각 자연 그대로의 맛을 알게 되고 풍미를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내장을 비우면 모든 감각이 열린다. 짠 것, 매운 것, 단 것에 민감하게 된다. 그래서 조미가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는다. 산과 들이나 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든 풀들이 밥상의 식재가 된다. 이처럼 원래 그대로의 맛을 알기 위해서도 굶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식을 한 사람은 금으로 치장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것으로도 행복하다. 자신의 생활 방식을 돌아보기 위해서도 굶는 연습이 필요하다.

 

건강한 식생활이란 단순한 식재를 가지고 단순하게 조리한 단순밥상을 일컫는다. 단식을 하면 우리의 밥상이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단순식재란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누구나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식재이다. 공장에서 가공되지 않은 농생물이나 자연에서 손쉽게 취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순식재는 곧 잡초를 포괄한 식재료를 의미한다. 땅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돈을 적게 들이는 것, 가능하면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자연에서 취하는 것이니까.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것일수록 건강한 식재료다.

 

단순요리는 어린이든 노인이든 누구나 쉽게 직접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공양념의 맛이 아닌 식재의 참맛을 느끼게 해 주는 조리법을 이른다. 인스턴트나 가공된 음식을 전자레인지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단순식재를 가지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다. 조리과정이 복잡할수록 소화율은 떨어진다. 조리시간도 많이 걸리고, 조리에 사용되는 도구도 여러가지 필요하다. 단순하게 조리된 음식은 식재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인간의 몸에 전달한다.

 

보통 1식 3찬 정도면 단순밥상이라 할 만하다. 우리의 위장도 부담스럽지 않고, 준비하는 시간도 짧다. 음식이 너무 많으면 쓰레기가 되게 마련이다. 시간도 쓰레기가 되고, 비용도 쓰레기가 되며, 무엇보다 건강도 쓰레기가 된다. 잡곡밥 한 공기만으로도 인간은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을 얻을 수 있다. 곡식의 씨앗을 먹는 인간에게 사실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단순한 밥상은 잡곡밥 한 공기, 푸성귀, 발효음식 하나로 충분하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풍요로운 밥상인 것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단순한 식재로 조리한 단순밥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된다. 너무 복잡한 음식, 너무 많은 음식이 질병을 야기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암환자들에게 의사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 역시 식이요법이다. 그만큼 생명은 음식과 직결된다. 음식은 비단 생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음식은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육식과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폭력적이기 쉽고 인내심이 모자라며 흥분을 잘한다. 채식을 위주로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온순하며, 인내심이 있고, 성격이 원만하다. 어떤 식재와 어떻게 조리된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돈이 즐지 않는 생활, 쓰레기가 없는 생활,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생활. 음식은 말 그대로 음식이어야 한다. 화려한 음식이 아닌 단순식재로 단순하게 조리하여 단순밥상을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소비와 질병으로 찌들어 있는 우리 세대를 구제하는 첩경이 아닐까?

 

(변현단 글, 오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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