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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교육이 뭐야. 한 마디로 후손들에게 살 길을 일러주어 세상에 사람 씨앗 보존하자는 거 아냐?

독립출판 무간 2016. 11. 14. 08:30

이 손님 맞이 원칙(?)을 내세우고 지켜온 지 어느덧 세 해째야. 그 동안 전화 연락도 없이 멀리서 물어 물어 찾아왔다가 찬물 한 그릇 못 얻어 마시고 발길을 돌려야했던 분들이 어찌 없었겠어.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그저 윤모 교수가 여기서 농사지으면서 실험학굔가 뭔가를 준비한다더라는 소문만 믿고 찾아와 나보고 윤 선생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시치미 뚝 떼고 그 양반 지금 출타 중이라고, 며칠 동안 안 돌아오는데 꼭 만나고 싶거든 여기서 삼박 사일 동안 함께 일하자 하며 능청을 떤 적도 있는데.

 

그러니 손님에게 불친절하다는 풍문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서 이제 내 귀에까지 들어오고 있어. 그런데도 고집스레 이 원칙에 매달리는 까닭이 있어. 어쩌다 내 얼굴을 아는 불한당(우리는 같이 일할 생각 없이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면서 원칙을 무시하고 쳐들어오는 손님들을 '땀 안 흘리는 무리'라고 해서 불한당이라고 부르기로 했지)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적도 있는데, 이 사람들 건성으로 우리 사는 데를 한바퀴 휙 둘러보고 가면 그것으로 그만이야. 가보니 그저 그렇더라, 시절이 어느 땐데 원시 시대로 돌아가려는지 두레박으로 물을 긷고 흐르는 물에 비누도 없이 빨래하고, 나무 부스러기 주워다가 아궁이에 불 넣고, 뭐 항생제 홀몬제 들어간 사료 어쩌고 하면서 유기농을 한답시고 풀에다 제 똥 버무려 밭에 깔고, 돈 되는 작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돈도 안 되는 보리, 밀, 콩, 수수, 기장... 그런 농사만 짓더라, 밭이고 논이고 온통 피와 풀이 가득해서 그야말로 피바다요 저 푸른 초원이더라 이런 소문만 내고 다닌단 말이야.

 

땀 흘리고 일하다 간 사람들은 달라. 어지간히 혼뜨검이 나서 정이 뚝 떨어졌을 법한데 이렇게 고생하고 간 사람들은 자꾸 또 와. 그리고 우리 식구들과도 허물이 없어져서 마치 친동기간처럼 지내.

 

교육이 뭐야. 한 마디로 후손들에게 살 길을 일러주어 세상에 사람 씨앗 보존하자는 거 아냐. 그러자면 우선 생명체로서 제 앞가림하는 것 가르치는 게 먼저고, 그 다음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니까 여럿이 모여 함께 사는 법을 일러주는 게 교육의 큰 기둥 아닌가 말야. 요즈음 그런 교육이 없어 이거 하자는 거지. 교환가치만 유일한 가치로 믿고 잔머리 굴리는 것만 죽어라고 가르치는 이 상품경제 사회에는 미래가 없어.

 

이거 뭐 이야기가 대대하게 되었는데 찜찜한 구석 있으면 한번 놀러오셔. 한 나흘 사우나 하는 셈치고 땀 좀 흘리자고.

 

(윤구병, 잡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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