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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침묵 속에 사로를 일깨워주는 상호교육의 마당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본문

사는 이야기

자연스러운 침묵 속에 사로를 일깨워주는 상호교육의 마당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0. 31. 11:38

지식교육, 표현교육, 노작교육 같은 것은 곁에 선생이 있어 가르쳐주는 것이지만, 감성교육이나 수행 또는 묵상을 통한 교육은 자기 스스로 하는 공부다. 자라는 환경이 중요하다.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 삶터를 세번이나 옮겼다. 이런 말들은 바로 스스로 하는 공부가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더 중요하고, 또 스스로 하는 공부에는 환경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뜻한다. 사회주의자들이 사회변혁을 통한 생산관계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긴 것도,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것도, 노자가 무위자연을 강조한 것도, 모두 그 안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일깨움을 얻는 가장 알맞은 환경(여기에는 사회환경과 자연환경이 모두 포함된다)이 무엇이냐에 대한 성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때가 끼면 부지런히 씻고 닦아야 한다. 이 때 씻고 닦음에 게으르지 않는 주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때가 낄 겨를이 없는 인간관계, 사회관계나 생명체들의 상호관계들로 드러나는 '환경'도 중요하다.

 

오늘날 제도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제도 교육이라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주려는 뜻이 없다는 것이다. 교실과 책상머리에 묶어놓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기 공부 시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그리고 흔히 '인성교육'이라고 부르는 자기 수행의 시간은 그에 비례하여 줄어든다.

 

농사짓는 일은 어찌 보면 하나의 수행이다. 들일을 하는 시간에 침묵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는다. 이 자연스러운 침묵 속에 감각의 문이 열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들여다볼 겨를이 주어진다. 옛 어른들은 입을 열어 가르치는 것을 마지못해 하는 방편으로 여기고, 몸으로 보이는 일을 가르침의 큰 줄기로 삼았다. 입놀림은 가르침보다는 사귐에 더 쓸모가 있고, 이 사귐 속에 서로가 서로를 일깨워주는 상호교육의 마당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윤구병, 잡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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