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화"가 나는 순간을 알아차리십시오! 본문
우리는 보통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이건 '알아차림이 없다, 제정신이 아니다, 무지의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화가 일어날 때는 첫째, 화가 일어나는 줄을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여기서 '화가 일어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기 속에서 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화가 일어날 때 자기 자신은 잘 모릅니다. 화라는 것은 '내가 화를 내야지'하고 생각을 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순간에 화를 내는 본인은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도 자신이 화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화를 벌컥 밖으로 내게 되는 것이고, 화가 일어날 때 곧 알아차리면 화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좀 늦게 알아차리더라도 알아차리면 화를 참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두 개의 부싯돌이 부딪쳐 불이 일어났을 때 옆에 불이 옮겨 붙을 솜이 없으면 그냥 사라져 버리지만 솜이 옆에 있어서 솜에 불이 옮겨 붙으면 급속히 커져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알아차리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첫째, 알아차림에 대한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알아차림이 없는 (무지)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깨어 있어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순간순간에 꺠어 있으면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그 화를 알아차리면 사라지지만, 화가 약간 많이 일어났을 때는 알아차려도 금방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둘째, 화가 사라지지 않을 떄는 화를 지켜봐야 합니다. 화를 내거나 참는 쪽으로 가지 말고, 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는 알아차림의 지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만 알아차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알아차림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하면 화가 일어나는 데서부터 시작해 화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알아차람이 계속돼야 하는 것이지요.
알아차리면 그 화가 더 이상 커지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일정하게 지속되던 화가 저절로 사라집니다. 알아차린 상태에서는 화가 1년이고 2년이고 계속 유지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1초간 유지되다가 사라지거나 10분간 유지되다가 사라지거나 합니다. 그런데 화를 참았을 때는 계속됩니다.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 1시간이면 1시간 지속됩니다. 그런데 알아차림만 있으면 화가 저절로 사그라집니다.
(법륜스님, 행복한 출근길 엽서책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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