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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기 자식을 보는데... 껍데기로 보고 있습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0. 23. 14:07

"공부 잘하던 아들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아들이 고3이 되고부터 우울해하고 걸핏하면 울면서 심한 무기력증을 보입니다. 학교에 가도 친구가 없어서 하루에 열 마디도 안 한다면서 자기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자기비하를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했고, 얼굴도 잘 생겼는데, 다된 밥에 코 빠뜨린다고 너무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장래 계획을 물어도 말을 안 합니다. 대학을 어떻게 할 건지도 말하지 않습니다. 먹는 걸로 낙을 삼으려 해서 배도 많이 나왔는데, 운동도 안 하고, 공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 계속 상위권을 유지해 왔는데, 고3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엄마가 자기 자식을 보는데, 인물이 잘났다, 공부를 잘한다 하고 껍데기로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식을 세상 남자 보듯이 얼굴로 보고 학벌로 보고 능력으로 본다면 이미 엄마가 아니지요.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아들의 껍데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아이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는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온 세상 사람이 다 껍데기로 보더라도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을 봐야 합니다.

인물이 아무리 좋고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한들, 그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엄마가 사물을 보는 가치관이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아이 마음이 안정되어 건강하게 사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천하 사람들이 뭐라해도 내 아이를 믿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는 눈이 있어야 아이를 치료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엄마의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 해도 아무 병이 없다 하기를 원하고, 빨리 치료받아 낫기를 원하고, 빨리빨리 좋아져서 다시 공부 잘하기를 원하고, 어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기만을 원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는 아이의 치료가 어렵습니다. 이름과 모양과 형상을 다 버리고 정말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도 "마음이 건강하고 몸이 건강한 게 중요하지 공부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형 공부 잘하면 형과 비교해 동생 나무라고, 동생이 공부 잘하면 동생한테 비교해서 형을 나무라고, 이웃집 아이와 비교해서 자식을 나무라면, 그건 회사 상사가 부하한테 하는 얘기지 엄마가 자식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부모라면 자식을 오직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신체에 장애가 있든지, 공부를 못 하든지, 그런 것과 아무 상관없이 오직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아껴줘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아야만 천하가 다 나를 버려도 내 어머니만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어머니만은 나를 믿고 나를 위해 줄 것라는 믿음이 있어야 이 세상을 든든히 살아나갈 수 있게 됩니다.

우선 병원에 데려가서 상담을 하고 지금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으세요. 그리고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상담 치료가 필요하면 상담 치료를 하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하세요. 그리고 학교는 휴학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올해만 다니면 졸업이니까 그동안 마음 편하게 다니면서 마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학교도 중요하고 성적도 좋지만 마음 편하고 건강한 것보다 이 세상에서 더 좋은 것은 없단다. 공부는 내일 해도 되고 내년에 해도 되니까 우선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운동도 하며 지내보자" 이렇게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이 되면 내년에 바로 재수시키지 말고, (중략) 혹시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바로 보내지 말고 휴학을 하고 따로 시간을 갖는 편이 낫습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게 하지 말고, 인간을 사랑하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면서 서서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공부는 본인이 원하면 2년 후든 3년 후든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서른에 공부해서 박사가 된 사람도 있고, 마흔에 공부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합니다. 팔이 하나 없고 다리가 하나 없는 건 여기에 비하면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야말로 정말 큰 병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라는 말이지,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해서 큰일이다, 나쁜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몸이 아픈 것처럼 이것도 치료하면 다 낫는 병입니다.

(월간정토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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