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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1)

독립출판 무간 2016. 10. 17. 14:08

주말에 아내와 나들이를 갔다가 짬이 나서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들어서서 한바퀴 둘러보는데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은 한 쪽에 따로 모여 있었다. 전에는 베스트셀러는 으레 소설이나 수필이었는데 요즘에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뉘나보다. '자기계발-성공학'과 '경제'. 요즘처럼 성공과 경제라는 말이 서점가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우받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책 제목만 주욱 훑어봐도 경쟁과 역경을 뚫고 성공한 이야기와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야만 하는 당위의 격언들이 넘친다. 제목과 목차를 읽다가 나도 왠지 의무감에 경제학 책을 두어권 샀다.

 

돈은 이미 교환의 수단을 넘어 모든 관계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정할 수 없이 돈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어떤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 꼭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자동차 10만대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 그 영화를 함께 만든 수많은 사람들은 1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싶었을까, 천만명이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길 바랬을까.

 

돈은 이렇듯 어떤 일의 성과를 숫자로 간명하게 드러내주긴 하지만 그 관계 속에 얽힌 속 깊은 사연을 다 헤아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연을 숫자에 덮어 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것에 목말라 한다. 당장 힘겹기 때문이다. 힘겨워서 외롭고 그래서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기살기로 매달린다고 행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행복이어서 전해 받아도 내게는 행복이 아니다. 누구는 수십억을 가지고도 세상을 등지고, 누구는 부족해도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기도 한다.

 

우리에게 행복의 경제학이란 불확실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니다. 요행을 바래서는 힘겹고 외로운 것이 나아지지 않는다. 외로움을 더는 기술이 있다면 그건 섹시댄스가 아니라 협동이다. 행복의 최소 조건은 협동이다. 나만 힘겨운 게 아니구나, 나만 이 외로음을 견디는 것이 아니구나, 서로의 사연과 얼굴을 확인하며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협동은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행복에 이르는 경제학이란 동료를 늘리는 것, 이웃을 늘리는 것이다.

(조병민, 대전민들레의료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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