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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열려 있는 등 뒤의 문을 보지 못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21. 17:17

제 고종사촌 동생 이야기부터 먼저 하고 싶군요. 동생은 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하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먼저 간 형들이 다들 레스토랑 사업을 하고 있어 동생도 자연히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10여 년간 고생고생해서 드디어 고급 레스코랑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동생은 레스토랑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자, 어느 날 문득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이 사업 말고 다른 사업을 할 만한 건 없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동생은 일단 레스토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연계된 사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시카고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동생은 시카고 공항에서 뜻밖에 고교 동기생을 만났습니다. 졸업 후 처음 만난 이들은 반가이 악수를 나누고 서로 물어보았습니다.

"넌 지금 어디 가는 길이니?"

"난 지금 한국에 가는 길이야. 내가 해볼 만한 사업이 뭐 있나 한번 알아보려고. 그런데 넌 왜 미국에 왔니?"

"응, 나도 미국시장은 어떤가 하고 지금 막 시카고에 도착했어. 난 한국에서 만든 냄비를 팔고 있는데, 혹시 미국에 팔 수는 없을까 하고."

"그래?"

동생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혹시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어 어떤 전율 같은 게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언제 귀국할 건데? 네가 서울에서 기다릴께."

"그래, 우리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 만나 얘기 좀 하자."

둘은 그렇게 해서 스테인리스 냄비 사업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동생의 친구는 미국시장을 개척하는 데에 동생이 길라잡이가 되어서 좋았고, 동생 또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생의 사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각종 스테인리스 냄비 종류만 취급했으나, 나중에는 주방 안에서 사용되는 모든 주방기구를 취급했습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뒤 동생의 회사는 주방기구만을 파는 회사로서는 미국 전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아마 동생이 레스토랑 사업만을 꾸준히 하고 있었더라면 그는 레스토랑 주인밖에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문이 닫혀 있다고 느껴진 순간, 뒤를 돌아다봄으로써 열려 있는 문을 발견한 것입니다.

저는 20대와 30대 때 무슨 일을 하든 한번 시작하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포기야말로 실패의 지름길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40대 후반에 이른 어느 날 문득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포기해야 할 것 투성이였습니다.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는, 이미 결말이 나고 결정이 된 일들을 붙들고 공연히 끙끙대는 무모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포기한다는 것도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꾸준히 노력만 한다고 해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삶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하는 일이 잘 안 될 때, 더 이상 노력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잠시 손을 놓고 쉬거나 뒤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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