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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흑돼지 창업 : 고기 숙성, 감칠 맛 나는 고기 만들기

독립출판 무간 2016. 7. 20. 13:44

요즘에도 가끔 정육점이나 고깃집에서 현수막에 오늘이 소 잡는 날이라고 적어 놓고 홍보를 하는 촌극을 목격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소 잡는 날은 가장 소가 맛없는 날이다. 고기는 도축 직후 사후 경직이 일어나서 단단해지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풍미도 좋아진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원육을 '고이' 보관하는 것을 숙성이라 한다.

 

숙성 과정 중에서 프로티아제에 의해서 근절이 분절되고 근육 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의 결합구조가 약해지면서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단백질의 가수분해 결과 생겨나는 아미노산과 다양한 부산물은 숙성육에 '감칠맛'을 더한다. 감칠맛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제 5의 맛으로 아미노산 부산물 중 글루탐산소듐(MSG)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국 사람들은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이 맛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제대로 숙성된 고기는 자연산 MSG가 가득 담고 있는 셈이다. 맛이 없기 힘들다.

 

숙성은 밀봉 여부에 따라서 습식 숙성과 건조 숙성으로 나뉜다. 습식 숙성은 해체된 고기를 진공 포장해서 유통시키면서 발전한 숙성방법이다. 진공 포장을 하면 고기의 산화작용과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어서 유통기간이 길어지고 수분의 손실에 의한 고기의 감량을 막을 수 있다. 풍미를 진작시키거나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보다는 고기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경제적인 효용이 뛰어나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서 선호한다.

 

습식 숙성의 경우 온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기에 최근에는 온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얼음물 숙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관 냉장고 안에 얼음과 물을 가득 채운 수조를 설치하고 그 안에 진공 포장된 고기를 넣어서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빙점 아래서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숙성을 할 수 있어서 보다 손쉽게 맛있는 숙성육을 얻을 수 있다.

건조 숙성 후 단면 고소하고 찐득한 풍미가 사진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건조 숙성은 진공포장을 하지 않은 고기를 공기 중에서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와인처럼 숙성시키는 사람과 방법에 따라 독특한 고유의 맛과 풍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측이 힘든 '혼이 깃든 풍미'를 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원육 몇 천만 원어치를 실험에 썼다는 이야기가 외식업계에서 들려온다. 이처럼 공정이 까다롭고 고기의 산도, 습도, 온도, 바람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퀄리티 유지가 쉽지 않아서 흔히들 건조 숙성은 고기 장인에 의한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

 

수분 증발에 의한 중량 감소와 고기 겉 표면의 갈변에 의한 경제적인 손실이 있지만 제대로 건조 숙성을 거친 고기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고소한 풍미가 진득해지고,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뚜렷하다. 비록 습식 숙성에 비해 비경제적이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된장, 고추장 명가처럼 건조 숙성 명가가 많이 탄생해서 우리나라의 식육문화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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