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시민 변호사 된 파산 변호사, 당신의 삶에 펀딩합니다! 본문
"처음에는 진짜 생활고때문에 시작했어요. 당장 만기가 한 달도 안남은 대출이 연장이 안 된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었거든요. 절박했죠. 펀딩을 하기로 결정하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잠도 못 잤어요. 불안하고 긴장이 돼서."
'파산' 직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생활고를 고백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한 '변호사'가 있다. 그렇게 시작된 펀딩. 10여일 만에 펀딩 금액이 2억원을 넘겼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만 6000여명.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포털사이트가 펀딩을 시작하고 사흘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한 일은 처음이다.
스토리펀딩은 펀딩을 모집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내면 이에 공감한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다양한 사건과 사업을 두고 펀딩이 이뤄졌고 수억 원을 넘는 펀딩이 성사되기도 했지만 개인의 삶을 내걸고 펀딩이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변호사다. 변호사와 판검사까지 법조계 전반을 아우르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요즘이다. 이 와중에 6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변호사의 삶을 지지하며 펀딩에 참여했다. 이들을 감동시킨 이는 국내 최초 '재심전문' 박준영(43) 변호사다.
재심은 이미 재판이 다 끝나고 형이 확정된 사건에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며 다시 재판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검찰은 수사를, 법원은 판결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 형사사건에서 재심 결정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용어가 낯선 이유다.
그 낯선 용어를 익숙하게 만든 이가 박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등을 맡아 이미 형이 확정됐거나 교도소에서 형을 다 살고 나온 '법원이 인정한 범인들'이 사실은 범인이 아니라고 밝혀냈다.
그가 재심 결정을 하나하나 받아낼 때마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름을 알릴수록 빚은 늘었다. 가난해서 누명을 썼고 형을 사느라 더 가난해진 그의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줄 돈이 없었다. 2년을 별다른 벌이 없이 재심사건에만 매달려 지내다보니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방을 빼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 빚이 한도에 달했다. 그렇게 쌓인 빚이 3억여원. 펀딩에 나선 이유다.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어요. 나라는 사람을 믿고 도와달라는 건데 목표 금액이 너무 크지는 않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걱정이 많았는데, 저는 이 일을 꼭 계속 하고 싶거든요. 이렇게까지 지지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고맙죠."
당초 박 변호사가 세웠던 목표는 3달 동안 1억원 달성.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은 "변론 한 건에 수십억을 받는 전관 변호사들도 있는데 1억 원이라니 몇 배는 더 모이길 바란다"며 댓글을 달았다. 너무 큰돈이라 걱정했다는 박 변호사의 말이 무색하다. 이들은 박 변호사를 '시민' 변호사라고 부른다.
이제는 잠이 잘 올 법도 한데, 박 변호사의 수면시간은 여전히 두어 시간 남짓. 할 일이 많아서다. 1991년 '부산 엄궁동 살인사건' 범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을 감옥에서 살고 나와서도 3년간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이를 비롯해 4건의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지지'는 그의 어깨에 희망과 함께 '책임'이라는 무게를 더했다. 펀딩에 참여한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행복한 고민이다.
"시작은 생활고 때문이었지만 이제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부담이 커요. 지금 펀딩으로 모인 돈은 저 개인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이들을 도우라는 의미일 테니 책임이 무거워졌죠. 그래도 이제는 걱정 없이 일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맙죠."
인터뷰 내내 말끝마다 '고맙다'를 붙였다. 가장 고마운 것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박 변호사는 형사사법 피해자들을 위한 공익변호사 단체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혼자서 고군분투해왔다면 이제는 동료들을 모아 지원 대상과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을 해보려고 해요. 전관예우나 권력층이 잘못을 하고도 무혐의로 풀려나 피해를 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봐요. 이들을 위한 활동도 고민하고 있어요. 공익변호사들이 생계 걱정 안하고 일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박 변호사의 스토리펀딩은 오는 11월11일까지 이어진다.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6082213254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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