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고기를 결 반대로 썰어야 하는 이유 본문
고기를 잘 써는 기술은 정육점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화려한 칼솜씨까진 아니더라도 고기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대해서는 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면 상식 선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고기의 결’은 식감에 큰 영향은 주는 요소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고기는 결을 반대로 자르는 것이 좋다. 근섬유와 고기의 결합조직들을 끊어주는 것이다. 특히나 근섬유 비율이 높거나 근육 조직이 넓은 치마살skirt steak, 토시살hanger steak, 양지살flank steak 부위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요리연구소이자 요리콘텐츠 제작사인 아메리카 테스트 키친America Test Kitchen은 이에 관한 과학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브룩필드 기술팀의 지원을 받아 CT3 질감 분석기Texture Analyzer를 활용해 고기를 결대로 자르거나 그렇지 않았을 때의 질김 정도를 극도로 세밀하게 측정했다.
실험팀은 양지살과 채끝살을 수비드 조리법sous-vide을 활용해 54℃로 데웠다. 같은 크기의 고기를 유리 칼이 5mm 두께만큼 통과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 측정했다. 같은 실험을 세 번 반복해 평균값을 낸 결과, 고기의 종류에 따라서는 물론이고 결을 따라서 자르거나 결을 반대로 잘랐을 때 확연한 힘의 차이를 보였다.
채끝살은 고기를 결 반대로 자르려면 590g의 힘이 필요했지만, 결대로 자르려면 329g의 힘만 있으면 됐다. 45%가량 힘이 덜 든 것이다. 한편, 양지살은 결 반대로 자를 때 1,729g, 결대로 자를 때 383g의 힘이 필요했다. 무려 78% 적은 힘이다.
단순히 결을 어느 방향으로 두고 자르느냐에 따라 고기의 질김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 근 섬유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채끝살보다 양지살이 3배나 질기지만 결을 끊어주면 겨우 1.16배 질긴 고기로 바뀐다.
채끝살은 적당히 마블링이 섞여 있고 결이 부드러워 구이용으로 인기가 좋다. 반면 양지살은 육질이 치밀하고 단단해 한식에서는 장조림, 육개장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 저렴한 부위의 고기를 런던 브로일London Broil 방식으로 조리한다. 양념에 재운 고기를 센 불에서 빨리 익혀 도마 위에서 결 반대로 썰어 서빙한다. 이렇게 조리된 고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좋다. 썰어진 고기는 스테이크로 먹을 수도 있고, 샌드위치, 타코, 케밥, 샐러드에도 응용할 수 있다.
http://chefnews.kr/archives/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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