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슬로라이프 : 발상의 전환, 덧셈은 시시하다! 뺄셈은 짜릿하다! 본문
더글러스 러미스는 '덧셈의 진보' 대신에 '뺄셈의 진보'를 제창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를 예로 들면 이렇다. 우리는 기계/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종속되었고, 그 결과 인간으로서의 능력은 위축되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자연과의 관계는 점점 더 좁고 얕아졌다. 이 기계가 없어서 이것을 못하고, 저 기계가 없어서 저것을 못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에 대한 러미스는 '물건을 조금씩 줄여 가면서 그러한 물건이 없더라도 태연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인간의 능력을 대신해 줄 기계를 줄이고,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도구를 늘리자. 텔레비전을 켜고 '문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자. 즉, 문화의 본래 뜻인 스스로 사는 것을 즐기는 능력을 되찾자는 것이다.
생활의 간소화라든가 절약이라는 뺄셈은 경제성장이라는 덧셈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소극적이고 뒷걸음질치는 행위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러미스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래의 쾌락과 풍요로움을 지향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는 또한 '시간이 돈'이라는 말을 뒤집어서 '돈이 시간'이라는 발상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즉,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던 이제까지의 사고 방식을 버리고, 돈을 줄이더라도 느긋하고 인간다운 시간을 되찾자는 것이다.
분명 인간다운 시간, 인간다운 삶의 속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본래 여유롭고 넉넉한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한 시간을 문화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캐나다의 <애드버스터>지는 '경제학자는 뺄셈을 배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오랜 시간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여겨왔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산림이 벌채로 인해 사라져갈 때마다 GDP는 올라간다. 석유가 새어나갈 때마다 역시 GDP는 올라간다. 누군가 암 선고를 받을 때도 GDP는 올라간다. 이것이 진정으로 경제적인 진보를 측정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뺄셈을 배우자.
우리 '선진국'에 사는 현대인 모두가 뺄셈을 연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탈 댐으로 댐을 뺄셈하자. 환경을 파괴하는 제네콘(일본 전체 60만 개의 건설업체 중 50대 대형 건설업체의 콘소시엄)의 배를 불릴 뿐인 무익한 공공 사업을 뺄셈하자. 에너지 절약 라이프스타일과 자연 에너지 추진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뺄셈하자. 돈벌이와 패권을 위한 전쟁을 뺄셈하자. 그리고 그 뺄셈의 교과서이기도 한 헌법 9조(일본 헌법의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권의 불인정 등의 조항을 말한다)를 지키자.
'ZOONY'라는 말을 아는가? 아마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만들 말이니까. '~하지 않고'의 '하지 않고(일본어로는 '즈니'라고 말음된다. 저자는 영어의 needs의 발음 순서를 뒤집어 뺄셈의 철학을 상징하는 신조어를 만들었다)'에서 따온 말이다.
예를 들어 자동판매기를 사용하지 않고 물통을 갖고 다닌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젓가락을 가지고 다닌다. 전기를 켜지 않고 촛불을 켠다. 여기서 물통, 젓가락, 촛불 등은 모두 나의 '즈니 물건들', 즉 나의 뺄셈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이다.
'~하지 않고'의 바로 뒤에는 '그럼 어떻게 하지?'라는 상상과 창조가 뒤따른다. 지금까지 '이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든가 '저것 없으면 못 살아'라고 생각하면서 굳게 믿어왔던 것들을 하지 않고, 대안을 찾아낸다. 뺄셈은 그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준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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