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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야기

스위스 '기본소득' 실험, '불평등 사회' 인간의 길 묻다!

독립출판 무간 2016. 7. 8. 07:15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과거 자본가를 향하던 이 구호는 점차 복지제도에 기대 무임승차하는 노동자를 비판하는 우파의 상용구가 됐다. 그러나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게 된 현실은 안정적 일자리를 전제로 설계됐던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소득수준,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이 최소한의 문화적·사회적 삶을 누리는 건 불가능할까?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기본소득’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위스 국영방송 <에스에르에프>(SRF)는 6일(현지시각) 기본소득 도입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찬성 23%, 반대 76.9%로 부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 4명 중 1명가량이 기본소득 도입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유럽 일각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된 기본소득 모델이 주요 정치적 의제가 될 만한 자격을 얻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투표를 제안한 ‘기본소득스위스’(BIS)의 공동대표 다니엘 헤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에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투표는 중간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2013년 ‘기본소득스위스’가 1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성사시켰다. 헌법에 기본소득 개념을 담아 성인에겐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미성년자에겐 650스위스프랑(78만원)을 지급하자는 구상이었다. 이와 유사한 실험은 세계 각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져왔다. 핀란드 정부는 2017년부터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 1만여명한테 기본소득을 지급한 뒤, 그 추적조사 결과에 따라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확대하는 단계적 정책실행안을 확정한 바 있다. 네덜란드 등에서도 지방정부 단위에서 기본소득 모델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눈길이 스위스로 쏠렸던 이유는 이런 실험이 국민투표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정치적 의제로 표출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소득불평등 심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여기에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가져올 ‘일자리 절벽’에 대한 공포도 논의를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영국 노동당은 이날 스위스와 유사한 기본소득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로봇 등 앞으로 다가올 직업과 기술 변화에 대비해 시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는 다음달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모임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제16차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는 지난 3일 학술대회에서 기본소득을 포괄하는 ‘사회수당’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수당이란 소득기준 등에 따라 차등되는 사회복지서비스를,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형태로 일정 기준을 갖춘 모든 사회구성원한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김교성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청년층,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고령층 등 기존 선별적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넓은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의 의미는 크다”며 “기본소득 논의가 아이디어 단계에서 대안의 자리로 위치를 옮길 시점”이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47103.html?_fr=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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