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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우리동네 책방서 낭독회 할래요!"

독립출판 무간 2016. 12. 10. 09:42

 

수도권의 한 작은 동네책방에 스타작가가 찾아와 주인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저는 소설 쓰는…" 다니던 대형서점을 관두고 야심차게 자신만의 책방을 열었는데, 인근에 또 다른 대형서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죽을 쑤던 여러 날 중 하루. 한 유명한 소설가가 여기 동네주민이라며 앞으로 책방에서 정기적으로 낭독회를 열었으면 한다고 제안한 것.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이 사건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동네서점 미스터버티고에서 이달 초 실제 벌어진 일이다. 소설책 소개에 주력했던 미스터버티고의 신현훈 대표는 이날 소설가 은희경을 처음 봤다. 소설가 은희경은 1995년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스타작가 대열에 오른 뒤, 최근 몇 년 새로 출간한 ‘태연한 인생’과 ‘중국식 룰렛’까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은희경이 출판사 홍보팀이나 대형서점 마케팅팀을 통하지 않고 홀로 동네서점을 찾아와 수줍은 제안을 건넸다. 두 사람은 그 자리서 의기투합했고, 은희경은 앞으로 매달 셋째주 목요일 저녁 1시간가량씩 미스터버티고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할 계획이다. 하루에 세 명 이상만 참석하면 낭독회는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은희경은 이후 신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랫동안 생각해온 즐거운 일을 말씀드리려 한다"며, "10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때부터 가깝게 모여 앉아서 ‘작가는 읽고 독자는 귀를 기울이는 낭독 만남’에 대한 계획을 품어왔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1995년에 작가가 되었고 그때부터 일산에 살기 시작했다. 작가로서 살아온 시간이 일산생활과 겹치는 만큼 소설의 배경은 일산이 많다"며, "일산에서 작가로 무사히 살아왔으니 거기서 얻은 것을 조금 이 도시에 나눠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낭독회 구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백석동 일산병원 근처에 문을 연 약 60㎡ 규모(18평)의 미스터버티고에선 문학 위주의 도서와 커피 그리고 생맥주를 판다. 저녁 시간대면 혼맥책(혼자 맥주 마시고 책 보기)을 하는 손님들이 종종 눈에 띈다. 신 대표는 10일 연합뉴스에 "작가님 말씀이 점점 책 읽는 독자가 줄어서 낭독이라는 부담 없는 행사를 통해 작가님 작품을 사람들에게 직접 알리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면서 "제 입장에서는 낭독회 비용을 드려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던 차에 무료로 하시겠다고 해서 흔쾌히 같이하기로 한 것이다"고 전했다.

 

http://v.media.daum.net/v/2016121007310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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