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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세계화는 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식료품업계와 의료계의 번성을 위해 목숨마저 내어주고 있는 셈이지 않을까? 본문

먹는 이야기

몸의 세계화는 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식료품업계와 의료계의 번성을 위해 목숨마저 내어주고 있는 셈이지 않을까?

독립출판 무간 2016. 7. 24. 08:09

사실 세계화란 돈과 권력을 가진 인간 집단에게는 필요한 것인지 모르지만(그조차도 석유가 고갈되면 그렇지도 않다), 지역화를 속성으로 하고 있는 자연의 생명에게 세계화란 또다른 폭력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고 동일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요즘은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다양해졌다. 한 집 건너 치킨 집이 있고, 햄버거나 피자를 파는 가게도 거리에 즐비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코와 혀에 익숙한 음식 천지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은 한국에 상륙한 지 30년도 되지 않아' 아이들의 주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다른 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체인망은 국적을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다. 더운 나라든 추운 나라든, 아프리카 깊숙한 곳에까지 코카콜라가 퍼져 있는 것처럼.

 

사실 닭고기는 집안에 경사나 있을 때나 먹곤 하던 귀한 음식이었다. 1년에 두 번, 명절에나 먹었던 비싼 음식이었다. 그처럼 귀했던 고기가 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축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던 80년대만 해도 이렇게까지 고기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장형 다국적 거대 축산기업들이 힘없는 나라에 들어와 육식문화를 세계회시킨 것이다. 육식의 문제는 공장형 축산에 의한 사육방식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버리고 똑같은 음식을 먹게 됨으로써 모두가 똑같은 질병,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요즘 육류를 위주로 하는 음식문화의 병폐를 자각하면서 채식문화 붐이 일고 있다. 그렇다고 채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음식문화는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달라져야하기 때문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육류문화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채식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해안 지방에서는 해산물문화가 꽃피게 마련이다.

 

무분별한 세계화는 인간의 몸까지 획일화했다. 그래서 전에 없었던 이상한 질별들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질병도 아닌 것들이 질병이 되고, 정작 질병은 병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질병의 세계화가 먼저 이루어진 셈이다. 특히 바이러스가 그렇다. 몸이 이미 세계화되고 획일화된 탓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내성이 강화되어 점점 더 강력한 슈퍼 백신만 요구될 뿐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매우 심각해졌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떤가? 오염의 문제를 청결의 문제로 단순, 획일화하여 '위생적인 생활'을 주도한답시고 화학염소세제를 상용한다. 덕분에 수질오염이 증가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도 많아졌다.

 

술도 마찬가지다. 자연 발효시켜 만들었던 술을 이제는 화학분해를 통해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추고자 알코올 도수를 낮춘 대신 인공감미료를 첨가했다. 소주를 많이 먹고 나면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도 각종 인공첨가물 탓이다. 하지만 기업은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광고를 보라. '차게 먹어라', '흔들어서 먹어라'고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이 광고 카피에 비밀이 들어 있다. 어쩌면 차게 먹어야 첨가물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흔들어 마셔야 첨가물이 잘 섞인다는 뜻이 아닐까? 농주-물론 요즘 시판되는 막걸리는 아스파탐이라는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여 젊은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곡기를 대신할 수 있는 술이지만, 소주은 칼로리만 높은 것으로 과하게 마시면 몸을 망치게 된다. 게다가 첨가물마저 들어갔으니 술이 아니라 독약인 셈이다.

 

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품들은 개인이 자란 자연환경과 체질에 맞는 음식이 아니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것에 불과하다. 맛도 영양도 모두 같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사람의 체질을 획일화시킨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는 음식은 똑같다. 같은 병에 걸리고, 병원에 가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같은 약을 처방받는다. 몸이 획일화되면서 결국 질병도 획일화된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병으로 죽어간다. 결국 우리는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식료품업계와 의료계의 번성을 위해 목숨마저 내어주고 있는 셈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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