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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양심 깨우는 열린 공간..'별마당 도서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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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양심 깨우는 열린 공간..'별마당 도서관'

독립출판 무간 2017. 7. 24. 21:17

감각과 양심 깨우는 열린 공간..'별마당 도서관'

 

'찰칵' '찰칵' '찰칵'. 곳곳에서 웃음과 셔터음이 터진다. 한쪽에서는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탐독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스듬히 앉아 난다의 '어쿠스틱라이프 10'을 읽는다. 공부하는 학생들, 신기한 듯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 생소한 풍경이자 이제껏 본 적 없는 장소다. 첫 느낌은 이랬다. "여기, 실화냐?"

 

 

지난 5월 말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한 '별마당 도서관' 얘기다. 이곳의 스팩을 한번 읊어볼까.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신세계그룹이 조성했고, 5만권의 도서를 갖췄으며, 규모는 2800(850). 13m 높이의 층고와 복층 서재, 아늑한 인테리어가 특징. 곳곳에는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조성돼 있다. 간이무대에서는 소규모 강연이나 토크쇼, 시낭송회가 종종 열린다. 인문, 경제, 실용서부터 최신호 잡지가 비치돼 있고 이 중 80%는 일반 시민들이 기부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만 관리자가 머물고, 이후 이용은 자율이다. 심야에는 수험생을 비롯한 학생들이 모여 '열공 모드'가 된다. 신세계그룹이 매칭 그랜트(기업 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이 후원) 형태로 별마당 도서관을 후원한다. 일반 고객들의 이용은? 무료다.

 

'책을 누가 막 훔쳐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세속적인 질문에 신세계 홍보 담당자는 답했다. "그냥 양심에 맡기는 거예요. 정말 필요해서 가져가신다면 어쩔 수 없죠." 쿨한 반응이다.

 

그러나 별마당 도서관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딱 이용자의 시민의식만큼만 열려있다는 것. 작정하고 사람들이 책을 집어가기 시작한다면 몇 개월 만에라도 폐쇄될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고, 자리 문제로 서로 언성을 높이고, 계단에 누워 볼썽사납게 잠이 든다면, 구설에 자꾸 오르는 장소를 후원금 내가며 운영할 기업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이용객들은 제법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 공간과 닮아 있었다. 6월에는 책 기부가 너무 많아서 분류에도 애를 먹었다는 게 신세계 관계자의 설명. 도서관을 열며 신세계가 소개했던 괴테의 문구가 생각난다. "사람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고운 음악을 들어야 하고, 좋은 시를 읽어야 하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 일상에 쫓겨 신이 우리 영혼에 심어주신 아름다운 감각을 지워버리지 않도록."

 

http://v.media.daum.net/v/2017072409420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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