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기부는 가난해서 힘들었던 학창 시절에 맺힌 한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 본문
[나눔동행] “기부는 가난해서 힘들었던 학창 시절에 맺힌 한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
“가난이 너무 싫었어. 그래서 혹시 이 시대에도 가난해서 꿈을 펼치기 힘든 학생이 있지 않을까 해 기부를 하게 된 거야.” 지난달 모교인 제주 서귀포여자중학교에 10년간 꼬박 모은 5천만 원을 기부한 이유순(71) 씨는 이같이 말했다. 낮에는 잡초를 뽑거나 소주병을 줍고, 밤에는 클린하우스(간이 쓰레기 집하장) 지킴이를 하며 이뤄낸 그의 ‘꿈’이다.
서귀포시 송산동이 고향인 이씨는 2남 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이 씨는 5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줄곧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17살 때 부산에 홀로 가 식모살이까지 했다. 어렵게 고등학교를 들어갔지만 꿈 많을 여고 생활은 부끄러움의 연속이었다. 교복 살 돈이 없어 언니 옷 중 교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등교하면서 매일 같이 교복 착용 문제로 친구들 앞에서 혼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투포환 선수를 했다. 제주도 학생부 대표로 전국 학도 체육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가졌지만, 이마저도 가난이 발목을 잡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삶을 돌아볼 정신도 없이 바삐 살던 그는 나이 40살에 어머니를 잃고 처음 기부를 생각하게 됐다. 열 달간 운영하던 막걸릿집 문을 닫고 건강까지 악화한 어려운 시기였지만, 세상을 탓하기보단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막걸리 장사로 번 돈 200만 원을 서귀포양로원에 기부했다.
서귀포양로원에 기부하고 나니 이번에는 길을 거닐 때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후배들은 모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말을 걸어 ‘화이팅’을 외쳤다. 이번에는 후배들을 위해 국민연금을 모았다. 그는 2년마다 알뜰히 살뜰히 모은 연금으로 책을 구매해 도내 학교 곳곳에 전달했다. 그동안 기부한 책은 4천 권을 훌쩍 넘는다.
이 씨는 2010년께 모교인 신성여고에 성물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가 1천3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그는 “장학금을 전달하러 갔을 때 마주했던 후배들의 얼굴과 그들의 감사 인사를 잊지 못한다”, “내 기부가 그들에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는 어려울 것 없이 누구나 “하면 되는 일”이라며 기부를 독려했다. “주변에서 나 자신을 위해 살라 하기도 하지만,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생활에 신바람을 넣어주는 기부야말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며, “늘 ‘사랑은 나를 버리는 아픔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마더 테레사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https://news.v.daum.net/v/2020112809050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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