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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요”... 돈과 타협하지 않은 뚝심으로 뉴요커를 사로잡다!

독립출판 무간 2020. 9. 8. 20:50

“싫은데요”... 돈과 타협하지 않은 뚝심으로 뉴요커를 사로잡다!

 

 

당신 참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내 말대로 하면 쉬운 길이 펼쳐진다는데 왜 마다하죠?”

패션 디자이너 유나 양(42)2010년 뉴욕 데뷔 무대를 가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뉴욕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수석 바이어가 면담을 요청했다. 레이스와 자수 등 독특한 디테일에 손맛이 느껴지지만, 제작할 때 손이 많이 가는 옷은 다량으로 찍어낼 수 없다는 품평이 먼저였다. 장식을 줄이고, 원단과 색상을 조정해 가격을 내리라는 얘기였다. 안 그래도 미국 백화점업계에서 바이어는 곧 ’. 바이어 말만 들으면 미국 전역의 블루밍데일스 매장에 입점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내가 널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어라는 강렬한 눈빛이 따라왔다. 뉴욕 최고급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바이어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그들에게 유나 양이 던진 대답은 똑같았다. “싫은데요.”

 

뉴욕 디자이너들이 밟는 수순이 있어요. 패션지에 좋은 리뷰가 실리고,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상을 받고, 패션 전문 투자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회사를 키우고, 고급 백화점에 입점해요. 그 뒤 대기업 등에 브랜드를 팔고, 저가의 세컨드 라인 제품을 마트에 대량 판매해 돈 많이 벌고 손 터는 거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올해로 뉴욕 데뷔 10주년을 맞은 유나 양은 최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나만의 길을 갔더니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뉴욕패션위크 데뷔 무대서 미국 최고 패션지로 꼽히는 WWD 1면을 장식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그녀다. WWD가 한국 디자이너를 단독으로 소개한 건 그가 처음이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교한 레이스 장식, 경쾌하면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 색상과 디자인이 뉴욕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매해 새로운 디자이너가 쏟아지고, 퇴출되는 뉴욕 패션계에서 아시아계 디자이너가 뿌리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 유나 양과 비슷한 시기 주목받았던 다른 아시아계 디자이너도 일부를 제외하고 명맥을 찾기 어렵다. “뉴욕에서 자주 들은 말이 너처럼 하면 안 돼였어요. 아시아계가 쿠튀르 스타일 의상을 한다니 단 한 벌도 못 팔 거라고. ‘넌 너무 이상한 애다란 말을 수없이 들었죠.”

 

자신만의 것을 고수하는 고집은 런웨이에서도 드러났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리졸리 북스토어 등 뉴욕적인장소를 찾아 패션쇼를 열었다. 백색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뻔한' 패션쇼에 익숙했던 현지 패션 관계자들은 그 기발한 창의성에 열광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마랑고니 패션스쿨과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다녔다. 프리마 클라세 등 유럽 패션 기업의 디자이너 일을 밑바닥부터 배우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남들과 똑같이 해선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한국인의 손맛에 유럽 하이엔드풍을 고수했어요. 나 혼자 길을 가면 비교 대상이 없잖아요. 비슷비슷한 디자인 홍수 속에 제 작품이 신선하고 특이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일본 이세탄백화점을 상대로 1층 매장을 달라고 요구하고, 한큐백화점 측에도 명품군에 넣어달라고 해 발렌시아가 매장 옆을 차지했다. 얼마 전엔 스위스 휴양지 생모리츠 최고급 여성복 부티크에 입점한 데 이어 모나코 최상류층 부티크에도 진출했다. 반신반의하던 해외 바이어들도 그녀의 의지와 결과에 박수를 보냈다.

 

현재 미국 맨해튼 의류산업지구인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90% 이상 제작하는 그녀는 한국에서 제작하는 스페셜 컬렉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2년 전 코트라(KOTRA)와 성수동 구두장인 돕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장인의 솜씨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다. “제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부모님은 세탁소 하시니?’라고 묻던 이들이, 이제는 한국인의 다양한 재능을 칭송하고 있지요. 작지만 강한 유나 양의 정신을 더 널리 알릴 때가 온 것 같아요(웃음).”

 

https://news.v.daum.net/v/2020090803045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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