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초원담노" 제5장 : 군자의 도道는 백성의 저절로 그러한 바自然에 따른다 본문
제 5 장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 성인불인聖人不仁, 이백성위추구以百姓爲芻狗. 천지지간天地之間, 기유탁약호其猶橐籥乎. 허이불굴虛而不屈, 동이유출動而愈出.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버려진 추구芻狗처럼 대한다. 성인은 어질지 않아서, 백성들을 버려진 추구처럼 대한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피리 같다. 비울수록 세게 나오고, 움직일수록 많이 나온다. 말言이 많음은 언제나數 멈춰야 한다. 텅 빔中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
“천지”의 도道는 (자신을 기준 삼아서 일부러 일삼는 것이 아니라, 그 ‘저절로 그러한 바自然’에 따라서) 해가 뜨게 하고 달이 지게 하며, 한 번은 추워지게 하고 한 번은 더워지게 하(는 데 그치)지만,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군자의 도道는 (자신을 기준 삼아서 일부러 일삼는 것이 아니라, 그 백성의 ‘저절로 그러한 바自然’에 따라서)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남쪽을 바라보며, 옷가지를 가다듬(는 데 그치)지만, 백성이 모이고 따른다. 따라서 수풀은 봄철에 부는 바람에 대해서 아름답게 여기거나 감사해 하지 않는 것이며, 백성은 임금의 권능에 대해서 즐겁게 여기거나 의지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天地之道, 日月運行, 一寒一暑, 而百昌生. 君子之道, 恭己, 南面, 垂衣裳, 而羣生遂. 是以草不謝榮於春風, 人不歸樂於帝力).
(“不守中”의 결과는 임금이 비록 백성을) 따뜻하게 대하는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백성이 아닌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서, 그 어진 마음과 아끼는 마음을 일부러 일삼아, 백성에게 널리 시행함으로써, 백성이 (그것을) 기쁘게 여기지 않게 되고, (백성 또한 일부러 일삼아) 거짓으로 속여서, 그것에 응하게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不如守中”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임금이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일부러 일삼음이 없으면, (백성이 저절로 그러하게) 살아가게 되고, 저절로 그러하게 다스려지게 되는 것이다(如, 有呴兪之惠, 自用其仁愛, 以橫施於民, 民所不懷而應之, 以詐者有之. 故不如守中. 無爲, 芸芸, 而自化者矣).
【해 설】
노자老子가 말한 “芻狗”는 제사祭祀 때 쓰이는 ‘풀草’로 엮어 만든 ‘개犬’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의례용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지지만, 제사를 지내고 나면 대수롭지 않게 버려진다. ‘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보통의 ‘풀’ 뭉치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초원이 인용한 “恭己”와 “南面”의 출전은 다음과 같다.『論語』,「衛靈公」,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초원은 노자가 말한 “無爲”의 다스림을 공자孔子(BC.551~479)가 말한 “恭己正南面”의 다스림으로 이해했다. 초원이 말한 “수풀草”과 “봄철에 부는 바람春風”은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관계를 비유하는데, 수풀이 봄철에 부는 바람에 대해서 아름답게 여기거나 감사해 하지 않는 것처럼, 백성 또한 임금의 권능에 대해서 즐겁게 여기거나 의지하고자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초원의 생각이었다. 다스리는 자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나 욕구 또는 사회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나 이상 등을 일부러 일삼아 시행하게 되면, 다스림을 받는 자는 거짓으로 속여서 그것을 피해가고자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초원에게 있어서 인의仁義와 같은 도덕적 이상은 “無爲”의 다스림에 의해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요순堯舜의 치도治道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치도는 상통되는 것이었다.
초원이 인용한 “垂衣裳, 而羣生遂.”의 출전은 다음과 같다.『周易』,「繫辭下」, “黃帝堯舜, 垂衣裳, 而天下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