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협동조합 식당 '달고나' 사람들 : 우리는 모여서 산다! 본문
협동조합 식당 '달고나' 사람들 : 우리는 모여서 산다!
삶이 우리를 속여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위안 되는 말이 있다. “다 그만 두고 식당이나 할까?” 옛말이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고용 불안이 증가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내몰렸고, 결국, 망했다. 10일 국세청이 발표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개업해 2015년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식당은 16만 3,988개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15.3% 증가한 전체 창업자 수 65만2,285명 중 25.1%를 차지한다. 그 중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즉 한 달에 400만원치를 못 판 간이사업자 중 식당은 35.5%로 훌쩍 뛴다. 한 달 매출 400만원은 당연히 순이익이 아니며, 임대료, 재료비, 각종 공과금, 인건비, 보험, 보안, 방제 비용, 납부해야 할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을 숫자다.
2014년 자영업자 68만 604명이 폐업 신고를 했고, 그 중 23%인 15만 6453명이 식당 사장님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식당 45%가 개업 1년 안에 망했고, 또 60%는 2년 안에 결국 망했다. “밥 장사를 하면 최소한 굶지는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지만 두 번째 직업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그게 쉽지 않으니 다들 떠올리는 것이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이다. 골목마다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요식업 자영업자가 망하기는 점점 더 쉬워졌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지옥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잘 되는 집에는 잘 되는 집의, 안 되는 집에는 안 되는 집의 고충이 있다. 모두에게 자영업은 고통스럽고 위험할 줄을 알면서도 뛰어들어야 하는 불구덩이다. 김정훈, 강수연씨를 주축으로 아이디어가 자라기 시작했다. 2년 전 일이다. 왜 자영업이 불구덩이인지 알기 위해 수많은 책을 뒤졌다. 김경민씨 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자영업자, 회사원 등 대안을 원하는 친구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만 일하고 1년에 한 번은 한 달 간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자영업자가 되려 할 때 누구나 한 번씩은 다 해보는 생각이다. 그리고 곧 자영업의 현실 앞에 좌절되는 희망이다. 그런데 2년여의 시간 동안 집단 고민이 쌓이다 보니 솟아날 구멍이 보였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두레, 품앗이 같은 협동조합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협동조합 달고나’다.
1,000만원 단위로 출자금을 모았다. 덕분에 빚 없이 첫 식당을 열 자금이 마련됐다. 5월 23일 준비 모임을 열었고 6월 17일자로 조합을 설립했다. 망원동의 주택을 개조해 카페 자리로 나온 물건을 임대했다. 권리금이 없었다. 시일이 더 소요되더라도 조합원끼리 호흡을 돈독히 하고 비용도 아끼기 위해 내부 공사를 다 함께 했다. 이달 8일 개업한 이 식당의 이름은 ‘협동식당 달고나’다. 김정훈, 강수연씨가 몇 해 전 레시피 개발을 끝내둔 평양냉면과 해장국 두 메뉴를 메인으로 몇 가지 메뉴를 더 낸다. 1층에 50여석 규모의 홀을, 지층에 주방을 뒀다. 현재 조합원 14명이 2교대로 식당에서 일을 하고, 5명은 비직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1만원으로 책정된 시급 외 매출에서 나오는 이윤은 50%를 조합에 적립하고 50%를 나눠 가진다. 적립한 자금은 조합원들에 복지와 사업 확장을 위한 비용이다. 당장에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1년에 한 달간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머리를 맞대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모두가 불가능한 이유를 납득하고, 가능하다면 모두가 함께 누리는 민주적인 조직이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기준으로 조합원을 모집했기에 집단의 경험과 지혜가 합쳐져 방향성에 추진력이 더해진다. 모두가 동등한 권리로 의견을 개진하고 알뜰하게 지혜를 모으는 지성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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