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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우아미) : 궁합만 잘 맞추면 감칠맛은 폭발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9. 22:35

 

간식이 단맛과 신맛의 조화라면 요리는 짠맛과 감칠맛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단맛은 꿀이나 설탕, 신맛은 식초, 짠맛은 소금 등을 통해 아주 오래 전부터 그 맛의 정체가 드러났다. 소금이 사용된 것은 5,000년 전이고, 꿀이나 설탕이 사용된 것도 4,000년 전, 식초가 사용된 것은 3,500년 전이다.

 

반면, 감칠맛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불과 100년 전으로 아주 최근의 일이다.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지는데, 이 중 가장 흔한 것이 글루탐산이고, 이 글루탐산의 맛이 바로 감칠맛이다. 아주 맛있는 음식에는 뭔가 맛이 있게 하는 것이 들어 있는데, 그 정체가 글루탐산임을 알아채는 데, 수천 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가 감칠맛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기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농경시대가 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기는 귀한 것이 되었고, 고기 맛을 더 많이 즐기기 위해 각 국가별로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육수를 만들어 먹었다. 육류에는 단백질 함량이 많다. 따라서, 글루탐산의 양도 많다. 하지만, 글루탐산의 99%는 단백질 상태로 존재하고, 아미노산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1% 수준이다.

 

과일과 채소는 좀 다르다. 단백질의 비율이 낮아서 글루탐산의 양도 적다. 채소는 단백질 양은 적지만 그 대신 분해된 비율이 높아 그럭저럭 감칠맛 소재로 쓸 만하다. 샤브샤브 국물에 채소를 넣으면 감칠맛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정말 별난 작물이다. 우유는 아미노산 상태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의 비율이 0.2%에 불과하고 치즈로 만들어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쳐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야 겨우 10% 정도의 글루탐산이 존재하는데 비하여 잘 익은 토마토는 무려 59%가 유리 글루탐산으로 존재한다. 토마토는 가히 감칠맛을 위해 존재하는 채소라 할 수 있다.

 

감칠맛에는 다른 맛에는 드문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바로, 감칠맛의 ‘상승작용’이다. 감칠맛을 내는 재료는 한 가지를 쓸 때보다 다른 재료와 궁합을 맞춰 같이 사용하면 양에 비해 감칠맛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것은 아미노산 계인 MSG와 핵산계인 IMP나 GMP가 만나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노신산(IMP)이 MSG와 5:5로 만나면 감칠맛이 원래보다 7배까지 증폭된다. 핵산계 조미료는 가격이 비싸므로 타협해서 1:9 정도로 혼합해 주어도 감칠맛은 5배 이상 증가한다. 1:100으로만 혼합해도 2배가 증가한다. 그래서 MSG 위주의 다시마 국물을 낼 때 IMP가 풍부한 가스오브시나 멸치를 꼭 넣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상승작용은 구아닐산(GMP)이 더 강력하다. 5:5 혼합이면 무려 30배나 증폭된다. 1:10이면 20배, 1:100일 때도 무려 5배나 증폭된다. 자체로는 별로 맛이 없는 버섯이 국물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감칠맛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1960년대다. 하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요리사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세상의 맛있는 요리는 대부분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이 있다. 국가별로 스타일만 조금 다를 뿐 효과는 동일하다. 일본은 다시마와 가스오브시를 결합해서 쓰고, 우리나라는 다시마와 멸치를 같이 쓰고, 중국은 채소와 닭고기 뼈를 조합해서 쓴다. 다양한 재료가 맛을 깊게 한다.

 

MSG, IMP, GMP 대표 재료

고기류 + ++++ 닭 뼈 등 부산물도 이용

생선류 + ++++ 멸치, 가스오브시

게, 새우 + ++

오징어, 문어 ++ +

말린 오징어 ++++

조개 +++

다시마 ++++

말린 표고버섯 ++ ++++

채소 ++ 토마토

단백 분해물 ++++ 된장, 간장, HVP

김 +++ + +

 

감칠맛 상승작용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

양파, 당근, 샐러리 + 소고기 사태

다시마 + 가스오브시

배추, 파 + 닭 뼈

다시마 + 멸치

 

단백질을 분해해도 감칠맛이 증폭된다. 오래 가열할수록 감칠맛 성분은 많이 추출되지만 엄연히 한계가 있다. 감칠맛을 발견한 이케다 교수는 40kg의 다시마에서 겨우 30g을 생산할 수 있었다. 유리 글루탐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을 끓인다고 단백질이 분해되어 유리 글루탐산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효과적으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미생물에 있는 효소를 이용한 발효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우유의 단백질을 분해한 치즈, 콩의 단백질을 분해한 된장, 간장, 생선의 단백질을 분해한 젓갈이 대표적이다. 콩에는 단백질이 36.2%가 들어 있고 이 중 글루탐산은 25%이다. 따라서, 콩 100g에는 9g의 글루탐산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것을 모두 맛으로 느끼면 엄청나겠지만, 콩의 글루탐산은 거의 전부가 단백질로 결합(bound)된 상태라 감칠맛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미생물로 분해하여 장류로 만든다. 어떤 단백질이든 숙성이나 발효를 시키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감칠맛 성분은 증가한다. 요즘 유행하는 소고기의 에이징이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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